2002년 임오년(壬午年)은 말의 해 가운데 우리 민족에게 가장 멋진 해다. 2002의 숫자를 보자. 왼쪽에 2마리의 천리마 그리고 오른쪽에 2마리의 천리마, 모두 4마리의 천리마가 끌고 바람같이 달리는 두 바퀴 전차(戰車)의 모습이 아닌가. 우리 민족은 우랄산맥에서 중앙아시아 대평야를 달려 몽골고원을 거쳐 내려온 기마민족이다. 우리의 피 속에는 유목전사의 꿈이 흐르고 있다.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은 다물정신으로 민족부흥의 기틀을 이룬 다음 기린마(麒麟馬)를 타고 승천하고,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는 백마가 가져온 알에서 태어났다. 이처럼 말은 우리 민족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런만큼 말의 해인 2002년은 우리 민족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저력을 되살려 21세기 세계전사로 우뚝 서기 위한 첫 출발의 해가 되어야 한다. 말은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말은 빠르다. 빠르다는 것은 스피드경쟁시대 승리의 상징이다. 둘째, 말은 사회성이 강하다. 말은 서열과 책임이 엄격한 조직사회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회성은 룰과 프로세스가 요구되는 팀을 나타낸다. 셋째, 말은 도전성이 강하다. 말띠에게 어려운 일을 맡기라는 말이 있다. 이같은 도전성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불가능에도 도전하는 백절불굴의 정신을 나타낸다. 넷째, 말은 정직하고 근면하다. 정직과 성실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나타낸다. 다섯째, 말은 신뢰성이 있다. 말은 전장에서 주인과 생사를 함께 한다. 삼국지 관우의 적토마는 주인이 죽은 뒤 몇 날 며칠을 굶고 애통하다 함께 죽었다고 한다. 신뢰는 Fusion과 Synergy의 기본이며, 모든 성취의 근본이다. 말 중에도 초일류는 천리마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한다. 천리마는 한끼에 한 섬의 곡식도 먹어 치운다. 그러나 말을 먹이는 자가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하면 제대로 먹여주지 못하므로 천리마의 재능을 올바로 살리지 못하고 보통 말과 같이 죽어가게 된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되는 것도 천리마같은 인재에 달려 있다. 임오년을 맞아 가장 중요한 일은 21세기의 역사를 바꿔갈 수많은 천리마같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천리를 달려 세상을 변혁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일은 우리모두 자기 자신의 머리와 가슴 속에 감춰진 스스로의 천리마를 찾아내 마음껏 도전하게 하여 스스로 새역사의 일꾼이 되는 것이다. 말은 기(氣)가 세다고 한다. 혁신과 발전의 원동력도 강력한 기라고 할 수 있다. 즉 신념, 열정, 의지, 의욕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Fusion과 Synergy 기술의 21세기에는 기술 그 자체보다 전세계의 기술을 한데 모으고 융합화, 복합화해 나가는 융합창발(融合創發)의 기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소극적, 수동적인 문화를 혁파하고 기칠기삼(氣七技三)의 천리마같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연구문화, 조직문화, 사회문화를 이뤄 나가야 하겠다. 채찍질을 하되 도리로써 하지 않고, 먹여주되 재능을 다 발휘하도록 하지 못하고, 울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천리마도 그 참모습, 참역량을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에 집안에 천리마를 키우면서도 명마가 없다고 한탄한다는 중국 손양(孫陽)의 고사가 있다. 알렉산더대왕의 위대한 업적은 기마부대를 중심으로 한 용병술에 있었고, 징기스칸이나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역시 기마부대의 기동력으로 대제국을 이뤘다. 고대 전투에서 기병은 오늘날의 전차와 같은 강력한 무기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같은 말의 힘과 스피드는 강력한 기에서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