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중앙회가 자본금을 전액 감자하라는 금감원의 경영개선안을 부결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신협이 비록 조합이라는 특수한 조직이긴 하지만 엄연히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로부터 예금을 받는 금융기관인데,금융감독당국의 경영개선방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신협이 최근 3년동안 계속 거액의 적자를 냈고 예금자보호를 위해 이미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신협은 99년에 2백34억원, 재작년에 1천97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작년에도 1천4백30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적자를 냈다. 그리고 신협중앙회는 올 1월 현재 6천6백억원이나 자본잠식 상태다. 그렇다면 금감원이 조합출자금 2백86억원을 전액 감자하고 단위신협이 중앙회에 맡긴 상환준비금 예금금리를 현행 6.5%에서 2.5%로 인하하라는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신협이 주식회사 형태의 금융기관이 아니라 조합이라는데 있다. 신협법에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규정된 적기시정조치처럼 금융감독당국이 강제로 경영개선을 명령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뒤늦게 정부는 총회결의 없이도 출자금 감자명령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어기면 강도 높은 제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협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꼬이게 된데에는 정부책임이 크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97년말 예금보호법을 개정할 때 신협을 예금보호대상에 포함시킨데서부터 비롯됐다. 명분은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형평을 기한다고 하지만, 농·수협의 경우는 예금보호대상을 은행기능이 있는 중앙회의 예금에만 국한한데 비해 신협은 단위조합의 출자금까지 보호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시비의 여지가 많다. 최근 학계와 신협간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조합원들간의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하는 신협의 출자금까지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신협측은 예금보호대상에서 빠질 경우 금융기관으로서의 신용이 손상될 것을 걱정하지만,막대한 경영적자를 내고서도 금융감독당국의 경영개선명령조차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야말로 신협의 신용을 추락시킨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 위상에 걸맞은 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더이상 신협의 경영개선을 미룰 수는 없다. 금융당국은 하루빨리 신협법을 개정하고 강력한 시정조치를 내려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