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메디슨의 위험성에 대해 사전에 지적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LG.동원.한화.동양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메디슨의 위기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고 있었더라도 투자의견을 조정하는 보고서를 내지 못했다. 다만 대우증권만이 작년 12월 중순에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메디슨 관련 보고서를 아예 내지 않았다. 이번 메디슨사태를 계기로 애널리스트들이 좀더 치밀하게 기업을 들여다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투자의견을 낼경우 투자자들의 협박 등에 시달리게 된다. ◆ 대우증권만 투자의견 낮춰 대우증권은 작년 7월 하순께 메디슨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장기매수'로 올렸다가 작년 12월 중순에 다시 `중립'으로 낮췄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그레츠테크닉 매각과 해외현지법인의 축소 등으로 인해 유럽 및 미국지역에서의 영업력 약화가 우려된다"고밝혔다. 이어 "건물매각대금 439억원, 크레츠테크닉 지분매각대금 1천100억원을 차입금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재고자산의 증가로 운영자금도 늘어나면서 이자비용 부담 감소폭은 예상보다 작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회사의 2001년 매출액은 당초 예상치보다 21% 감소한 1천956억원, 순이익은 4.8% 줄어든 70억원으로 하향조정한다"면서 "2002년 예상매출액은 종전의 예상치보다 28% 감소한 2천56억원, 순이익은 73% 줄어든 53억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와관련, " 중립 투자의견의 경우 현실적으로 매도의견과같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증권사 투자의견 수정못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메디슨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작년 5월하순에 `단기매수'를 추천한 뒤 이를 수정하는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작년 5월당시 보고서에서 "연말까지 상환해야할 단기 차입금은 245억원정도로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조만간에 독일에 상장된크레츠테크닉사의 재문매각이 예정돼 있어 매각성사 여부에 따라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도 작년 7월 중순에 메디슨에 대한 단기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으며 그 이후에는 투자의견을 고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지 않았다. 당시 보고서에서 LG투자증권은 "메디슨의 자회사인 크레츠테크닉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에 파는데 따른 매각대금 1천100원 대부분이 차입금을 갚는데 사용될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현금 유동성문제 해결과 금융비용 하락으로 점차 수익성이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증권도 작년 7월 하순에 메디슨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고 6개월 목표주가로 4천200원을 제시했다. 그 이유로 "크레츠테크닉사 매각이 재무리스크 감소 뿐아니라 영업적인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데다 해외 현지법인 의존도 축소, 결제수단 건전화, 기업분할을 통한 투명성 제고 등 경영자의 강력한 구조조정의지가 하반기부터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양증권도 작년 8월말에 메디슨에 대해 `시장평균상회' 투자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로 3천793원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크레츠테크닉 매각에 의한 유동성 확보와 함께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8%, 73.1% 증가한 점을 주목했다. 한화증권은 작년 2월에 `일단 관망하라'는 투자의견을 낸 다음 수정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 투자의견 수정 왜 못했나 증권사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메디슨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지 못한데 대해 죄송함과 안타까움, 답답함을 표시했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의견을 수정하지 못한 이유로 ▲크레츠테크닉 매각대금이 곧 들어온다는 회사측의 확언을 무시하기 어려웠고 ▲증권업계에서는 위험을인지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매도'의견을 내는 경우가 힘들며 ▲담당 업종이바뀌거나 다른 분야를 함께 맡으면서 공백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담당 애널리스트는 "작년 7월부터 통신쪽만 전담하게돼 공백기가 생기면서 수정된 보고서가 나오지 못했다"면서 "지난 5월에만 해도 비관적인 상황은아니었다"고 말했다. LG증권 애널리스트도 "크레츠테크닉 매각대금중 60%만이 들어오면서 당초전망이빗나가고 말았다"면서 "다른 분야를 함께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메디슨에 포커스를 맞추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12월에도 메디슨을 방문했으나 크레츠테크닉매각대금이 나눠 들어온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었다"면서 "당시로서는 회사측의 설명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담당애널리스트는 "메디슨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도'를 냈을 경우이 기업은 더욱 빠르게 악화될 수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 해당 회사 등의 협박 등이 매우 심해서 웬만하면 매도의견을 내지않고 있다"고 밝혔다.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도 "담당분야가 바뀌면서 공백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중립'의견이 사실상 `매도'의견으로 해석할 만큼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자유롭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게현실"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증시가 훨씬 성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