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7월 이후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률이 오히려 떨어진 이유는 고용에 대한 영향력이 적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진행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기업들이 근로시간을 조정하거나 비정규직 비중을 늘렸고,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실업자(失望失業者)가 증가한 사실도 실업률 하락의 요인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0일 "최근 실업률 하락의 원인과 시사점"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관련 지표와 실업률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괴리현상의 원인을 이같이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취업자 증가율이 경기둔화세에 비해 완만하게 하락한 데는 고용에 대한 영향력이 적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업이 다른 산업의 실업자를 흡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이 파트타임 근로자를 늘려 취업자수가 일정 수준 유지된 점도 실업률 하락에 기여했다. 기업구조조정 지연도 실업률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지난해 1~9월중 이자보상배율이 1백% 미만인 업체 비중은 36.3%(전년동기 27.6%)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고 있으나 같은 기간 부도업체수는 전년(4천7백57개)보다 오히려 감소한 4천7개였다. 이와 함께 고용사정이 계속해서 악화될 것으로 예상,구직활동을 포기하거나 취업시기를 늦추는 실망실업자가 늘어난 것도 실업률 하락을 도왔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더라도 실업률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저성장 기조하에서 실업을 줄일 수 있는 제반 대책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