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시장 안정 시키려면 .. 李仁實 <한국경제연구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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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仁實 <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
지난해 말 일부 국내외 경제지표 호전으로 경기의 조기회복 기대감이 일기 시작하더니,올 들어서도 주식시장의 호조세가 이어져 ''우려했던 문제들이 눈 녹듯 사라진다''는 느낌마저 든다.
자신감이 붙은 재정경제부는 우리금융과 조흥은행의 정부지분을 내년 말까지 50% 이내로 낮추는 것을 비롯 3∼4년 내 정부보유 은행주식을 모두 처분하겠다는 ''공적자금 투입은행 민영화 방안''을 제시했다.
부분적으로 이미 거론됐던 것이나,대체적인 일정과 매각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밝혔다는 차원에서 자신감에 찬 정책운용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기적으로 위기설에 시달려 오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그러나 외국인의 적극적인 주식매수에 힘입어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아직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 희망을 주고 있는 주식시장이 ''위기의 근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방화·국제화시대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소유지분이 높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 주식시장의 대외적 위험노출은 도를 지나친 상황이다.
2001년 말 현재 약 2백40조원인 거래소 상장사 시가총액 중 외국인 보유비중은 37%(88조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국내 주식시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는 어림잡아 50조∼60조원에 불과하다.
은행의 신탁계정과 투신사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총 자산 가운데 주식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이를 외국의 35% 수준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기관투자가가 시장의 안정적 거래기반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최근 들어 유통시장에서의 기관투자가 거래비중은 10∼20%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투자비중은 70∼80%에 육박할 정도여서 ''외국인이 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늦게 상승장세에 참여한 기관투자가에 비해 일찍부터 우량기업에 투자한 외국인투자자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것은 분명하다.
이 점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투명한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에 비추어 우리 금융시장이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하며,또 이에 대한 우리의 대비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특히 증시를 통한 M&A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시가상위 30종목의 87%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힘''을 더욱 절감하게 될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상당량의 주식을 팔아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떠나는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주가는 물론 환율 금리 등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거시경제정책 운용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상태로 볼 때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떠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는 원화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담보로 하고 있다.
만일 여러 가지 국내외 악재요인이 한꺼번에 터져 아시아 투자비중 혹은 한국투자비중을 줄이거나,원화가 급격히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게 되면,외국인투자자들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주식을 매도하고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자는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장밋빛을 보이고 있을 때가 근본 대책을 마련할 적기다.
WTO체제 하에서는 과거와 같은 보호무역방식을 쓰지 못하게 돼 강대국간 통화전쟁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유로화가 달러화와 함께 기축통화로 성장하는 데는 세월이 필요하며,이는 그만큼 국제외환시장의 불안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엔화가치의 급락으로 인해 일파만파의 부작용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운용의 여지는 거의 없었다.
외환보유고가 세계 5위라고 해서 외환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외환위기에 대비할 최적의 기회다.
주식시장의 체력을 다각도로 보강하는 것이 우선 과제며,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외환거래세와 같은 구체 대책을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insill@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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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