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민영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금융과 조흥은행의 정부지분을 내년말까지 50%이내로 낮추는 것을 비롯 3∼4년내에 정부보유 은행주식을 모두 처분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부분적으로 이미 거론됐던 내용이긴 하지만 대체적인 일정과 매각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밝힌 것은 금융시스템 정상화는 물론 정책운용의 불확실성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문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고,적정한 가격으로 실질적인 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않다. 우선 대규모 정부보유 은행주식을 매각한다는 것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감안해 장내매각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나 외국인들에게 우선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모처럼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주가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것은 민영화 자체의 여건을 손상시키지 않겠다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점은 앞으로도 증시여건 변화에 따라 계속 유의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다. 그런데 그같은 제약을 고려해 본다면 실질적인 민영화를,그것도 조속한 시일내에 이뤄내기란 쉽지않을 것같다. 산업자본의 은행경영 참여배제 등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동일인 지분제한을 통해 지배주주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현행 은행법체제하에서 전략적 투자자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그들 역시 아직은 우리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어서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민간지배주주 허용을 통한 책임경영체제를 갖추는 것이 오히려 선행돼야 할 일이다. 우리는 은행민영화를 앞당겨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정부가 경제환경과 여건을 무시하고 과욕을 부리거나 형식에 치우치지 않도록 유의해주기 바란다. 예컨대 민영화 달성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부적절한 투자자를 끌어들이거나 최종수요자가 아닌 기관투자가들에게 맡겨놓는 이른바 블록세일을 과도하게 추진한다면 자칫 헐값 시비는 물론 증시에 큰 부담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 은행민영화의 요체는 매각시기와 방법도 중요하지만 은행들이 얼마나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경영성과를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자를 물색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