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와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실적 악화에 ''발목''이 붙들려 하락세를 지속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실적호전 속도가 미국보다 훨씬 빠른데다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중 한국 외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한·미 증시의 차별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18.26포인트(2.52%) 올라 7일 만에 74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1.10포인트(1.48%) 상승해 75선에 올라섰다. 양 시장 모두 3일째 오름세다.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가 주요 기술주의 실적 경고로 2.47%나 급락,두달 만에 1,800선대로 주저앉은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휴장일(1월21일,마틴 루터 킹데이)을 제외하고 18일과 22일 이틀 연속 하락한 반면 국내 증시는 3일 연속 오른 것. 이같은 차별화 현상은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미국 기업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닝시즌''을 맞아 작년 4·4분기 실적 악화 및 올해 실적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미국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지난해 3·4분기를 바닥으로 4·4분기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매도 규모를 늘리지 않는 것도 이같은 기업 펀더멘털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날 거래소시장에서 11일 만에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 하루만에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규모가 1백80억원대에 그쳐 매도보다는 관망세에 가까웠다. 코스닥시장에서는 9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동양종금증권 박재훈 투자전략팀 차장은 "한국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전세계 국가 중 최상위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외국계 투자기관과 언론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펀더멘털 차이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적 악화의 부담에서 자유로운 국내 증시가 미국에 비해 경기 회복의 수혜를 더 많이 입을 것"이라면서 "철강 화학 유통 등 경기 민감주와 실적이 호전된 내수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신세계 대구백화점 현대백화점 제일제당 등의 주가는 전고점을 넘어 새로운 추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