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부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통신 디지털미디어 가전 등을 고루 갖춘 기업은 삼성전자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디지털 컨버전스(통합)에 가장 적합한 삼성전자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3조원 가까운 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은 "반도체 불황을 겪으면서 삼성전자가 갖춘 사업포트폴리오의 장점이 더욱 부각됐다"며 "올해는 그 과실을 본격적으로 거두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휴대폰시장에서는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윤 부회장은 또 "전자와 관련된 바이오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집무실에서 윤 부회장을 만나 올해 사업전략과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어려움 속에서도 3조원 가까운 이익을 올렸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IMF(국제통화기금) 체제때 외국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를 제외한 가전 디지털미디어 통신을 정리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1∼2년을 보는 투자자지만 나는 5∼1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경영자''라고 받아쳤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해 반도체가 어려웠지만 가전과 디지털미디어에서 5천억원가량, 통신에서 1조4천억원 가량을 각각 벌었습니다. 반도체가 못 버니까 다른 부문이 벌어주는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이 위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올해는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기업분석 전문가들은 올해 이익이 4조원 이상은 날 것으로 보는 것같습니다만 내부에서는 올해보다 조금 더 늘어나는 수준에서 사업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D램 가격이 예상외로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급등하고 있어서 D램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공급물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일본업체들은 경쟁력이 없어서 문을 닫거나 감산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니까 적자를 못견디고 공급을 줄였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요가 살아나야 하는데 금년 하반기 들어가야 본격적으로 좋아질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통신단말기는 지난해에도 실적이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만. "업계 전체로는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중급 또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안떨어졌는데 양은 크게 못늘렸습니다. 물량으로는 4위였지요. 3위인 에릭슨을 제칠 수도 있었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손익관계 때문에 무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올해는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경영에서 가장 중점을 둘 사항은 무엇입니까. "미래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겁니다. 세계 1등인 D램을 더욱 강하게 하는 한편 두서너 개는 새로 세계 1등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위기의식을 갖고 체질을 계속 혁신해가는 체제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새로 세계 1등에 올라갈 제품은 어느 것입니까. "디지털TV와 차세대 휴대용PC, 프린터 등 컴퓨터 주변기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02''에 휴대용 PC ''넥시오''를 출시했습니다. 와이어리스(무선), 홈네트워크, 모바일(이동통신)이 통합되는 부분에서 확실히 기선을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삼성전자처럼 통신 가전 무선통신 휴대폰 등을 고루 갖추어 디지털 통합에 적합한 회사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올해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과실을 거둘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입니다" -디지털 컨버전스 얘기를 하셨는데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은 디지털TV가 팔리기 시작했고 DVD플레이어와 VTR 기능을 결합한 DVD콤보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그 다음엔 아직 도입은 안 됐지만 휴대용 무선PC가 뜰 겁니다. 또 집에서 TV 오디오 컴퓨터가 모두 연결된 홈 네트워크시대가 틀림없이 올 것입니다. 모바일 네트워크는 PDA와 이동전화 등 여러가지 이동기기를 네트워크화하는 겁니다. 이제는 통신 케이블TV 위성TV PC 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시대입니다" -D램과 휴대폰에 이어 큰 이익을 남겨줄 ''캐시카우(cash cow)''를 꼽는다면. "캐시카우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전략에 따라 캐시카우가 생긴다고 봅니다. D램이나 휴대폰도 모든 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남긴 것은 아니잖습니까. 어떻게 기회를 선점하고 어떻게 부가가치를 만드느냐 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거래처가 경쟁업체와 비교하면서 제품값을 20∼30% 깎아달라고 한다면 저는 그런 거래처와는 거래를 끊으라고 지시합니다. 경쟁업체가 30% 싸게 치고 들어와 영업을 못 하겠다는 해외주재원이 있으면 불러들입니다. 시장에서 소니와 산요 제품의 가격차이가 20~30%나 납니다. 그런 전략으로 하라는 겁니다. 또 이동통신회사에 휴대폰을 공급하면 우리 브랜드를 꼭 붙입니다" -또 다른 전략을 소개한다면. "반도체는 몇가지 시장선점전략을 정해 놓고 시장을 장악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개발과 공정개발에서 일본업체보다는 반드시 3∼6개월을, 국내 경쟁업체에 비해서는 1년 앞서간다는 전략을 정해 놓고 3∼4년동안 지켜 왔습니다. 지난해 일본과의 격차가 1년으로 벌어지면서 일본업체들이 완전히 손을 들었습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간의 협상이 핫이슈가 돼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40% 이상 시장을 장악해 D램 업계의 1위가 된다며 들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또 대응방안은 무엇입니까. "하이닉스가 어려우니까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이닉스가 잘 안되면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클 것입니다. 삼성으로서도 D램 업계에 수 십개 회사가 난립하는 것보다는 서 너개 회사가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도시바와의 D램부문 인수 협상을 그만둔 것은 실익이 없어서입니까. "당시 우리로서는 생산능력도 충분했고 도시바의 원가경쟁력이나 기술수준을 감안하면 시너지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국의 유력 전자업체들은 대부분 미래 유망사업이라는 바이오사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바이오사업에 관심이 없습니까. "의약이나 생화학계통의 순수한 바이오는 전자회사가 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바이오칩 등 전자와 관련된 바이오사업은 하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사업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미래에 대비해 연구팀이 구성돼 있습니다"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셨는데 올해도 그런 기조를 유지할 계획인지요. "구조조정이 사람을 줄이는데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을 하다보면 과다재고와 부실채권의 발생도 불가피합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지 않도록 항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경기가 어려운데도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재고와 부실채권을 적게 유지한 덕이 큽니다. 재고나 채권을 줄이는 것이 무슨 큰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갖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반도체나 통신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재고를 많이 갖고 있다가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 아닙니까. 단순히 경기에 따라 재고를 조절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주에서 구매 생산 물류까지에 걸리는 리드타임을 최소화하면 상상 이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