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학회가 11일 금융감독원, 한국증권업협회 등에 제출한 ''유가증권인수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용역결과는 기관투자가들의 자율권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자율성 부여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불만을 토로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투자가들 역시 그동안 누려왔던 권리를 어느정도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이 방안이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하나 골격은 큰 변화없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방안은 오는 25일 공청회를 거쳐 금감원의 유가증권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시행세칙, 증권업협회의 유가증권인수업무에 관한 규칙에 반영돼 빠르면 3월부터 시행된다. ◆유가증권의 분석기준 자율성 확대 단기적인 방안으로 학회는 현행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분석기준의 자율성을 확충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현재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대 1.5의 비율로 가중 평균한 본질가치와 함께 상대가치를 기준으로 유가증권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가치는 현재 장부가 위주로 결정되고 있어 적정시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학회는 부동산을 포함한 보유자산의 감정가 등 적정시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익가치 산정시에 적용되는 자본환원율은 발행회사의 위험도.신용등급등을 감안해 주간사가 자율 결정해야 한다고 학회는 밝혔다. 현재 자본환원율은 5개시중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최저이자율 평균 1.5배로 하고 있으나 이는 향후 2년간의 기업이익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만큼 정확하지 않다는게 학회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현재 수익가치 산정에 필요한 손익추정이 부실한 주간사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인수업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처벌하고 있다. 거래소 기업은 추정손익이 실제손익의 70%미달시, 코스닥 기업은 50%미달시 적용된다. 학회는 거래소와 코스닥의 처벌기준이 같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 기업들은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혜택을 줬으나 시장원리상 이 조치가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견해다. 이와 함께 학회는 장기적으로 부실분석기준 및 제재조치를 폐지하고 가치평가를 주간회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 기준 및 산출과정을 투명하게 유가증권신고서에 명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증권학회의 의견에 대해 증권사들은 학회가 제시한 장기적인 방안이 가능한한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기적인 방안의 경우에도 수익가치 선정시에 향후 손익을 추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진 외국처럼 현재의 손익으로 판단하는게 옳다는 주장이다. 본질가치 산정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대 1.5의 비율로 정한 것도 재검토돼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오래전에 만들어 놓은 원칙을 수정없이 그냥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모가격 결정 및 물량배정 제한 완화 공모가격 결정방식을 점차 자율화하고 고수익증권투자신탁과 일반투자의 배정물량도 축소.폐지하자는 주장이다. 학회는 공모가격 결정방식을 점진적으로 자율화 하라고 권했다. 올해는 현행대로 수요예측 평균가격 기준 상하 30% 범위를 유지하되 내년에는 50%로 확대하고 2004년부터는 완전자율화 하자고 제안했다. 또 우리사주조합 20%, 고수익펀드 45%(코스닥 55%), 기관투자가 15%(″10%), 일반청약자 20%(″15%) 등으로 돼 있는 공모주식 배정기준도 2003년부터는 자율화를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수익증권투자신탁의 배정분도 점진적으로 축소.폐지하고 일반투자자 배정비율도 장기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투자자의 경우 분석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공모주식을 취득한 증권회사로부터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고학회는 설명했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의 단기매도 방지를 위한 추적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예탁원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단기적인 도입은 힘들 것이라고 학회는설명했다. 학회가 제시한 이들 방안은 시장원리에 충실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권리를 박탈당했다면서 저항할 가능성이 높아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고수익증권투자신탁의 배정물량을 축소하는 방안도 우리나라 기관투자가의 대표격인 투신권을 위축시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세제혜택을 동원하면서까지 투신권에 자금을 유입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정책방향이 무너지면 가뜩이나 신뢰를 잃고 있는 투신권이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의 시장조성 부담 줄여 주가가 공모가격의 80%이상이 유지되도록 시장조성을 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주가가 국내외의경기나 각종 변수에 따라 급격하게 등락하기 때문이다. 학회는 개선방안으로 주간사가 일반투자자에게 풋옵션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일반투자자들에 한해 일정기간후에 보유주식을 주간사에게 되팔 수 있도록 하는방안이다. 물론 기관투자가들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방안은 법률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장외에서 5%이상을 매입하면 공개매수를 하도록 현행법은 규정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를 배제한채 일반투자자 주식만 사들인다는 것은 공개매수에 해당되지 않는다. 학회는 이법률의 예외적 조항을 적용받을 수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방안은 시장조성 의무를 시장지수 변동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시장지수 하락률보다 공모주식 하락률이 더 큰 경우에 한해 시장조성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2000년 6월까지 시행했던 제도로 주간사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게 된다. 그러나 시장 상황에 따라 제도를 수시로 변경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있다. 장기적인 방안으로는 시장조성의무를 폐지하되 초과배정옵션을 도입하는 제도를 제시했다. 이 제도는 미국, 영국, 홍콩 등이 도입하고 있다. 주식공모시 인수회사가 발행회사로부터 주식의 일정비율(예 15%)을 공모가격으로 추가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인수회사는 15%의 주식을 다른데서 빌려 청약자에게 배정한 뒤 주가가 오르면 옵션을 행사해 발행사로부터 15%의 주식을 받으면 된다. 주가가 떨어지면 옵션을 포기하고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갚으면 된다. 주가가 오를때는 물량을 늘리고 떨어질때는 시장에서 매수하는 만큼 주가의 급등락을 막는데 기여할 수있다. 이 방안은 발행회사와 주간사의 이면계약이 우려된다. 따라서 증권집단소송제가 먼저 도입돼야 한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