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확정한 연방정부 연구개발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천억달러(1백30조원) 고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 과학진보협회(AAAS)가 집계한 2002회계연도 연구개발예산은 1천37억달러.금년도 우리나라의 전체예산 1백11조9천여억원을 훨씬 초과하는 정도이고 보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전년과 비교하면 13.5% 증가한 것인데,이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를 가능케 했을까. 예산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국방부(DOD)와 국립보건연구원(NIH)이다. 국방부문은 17.3% 증가한 5백1억달러.테러와 뒤이은 아프간 전쟁이 미사일 방어체제 및 국가안보와 관련된 다른 사업들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국립보건원은 15.8% 증가한 2백28억달러.이 역시 테러리즘에 대응할 새로운 연구개발자금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결국 ''9·11 테러''가 엉뚱하게도(?) 연구개발예산의 새로운 기록을 만든 1등공신이 된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기조가 이어질지,아니면 단지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난 하나의 영상에 불과할지는 내년을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연구개발예산 1천억달러 시대의 개막에는 테러외에도 주목할 것이 분명히 있다. 당초 부시 행정부는 보수적인 정부역할을 강조하는 공화당 기조에 맞게 국방부와 국립보건원을 제외한 전 부처의 연구개발예산을 삭감한 요구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의회 심의과정에서 거의 모든 부처의 연구개발예산이 증액,행정부가 요구한 것 이상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세계적인 생명공학연구의 본산지인 미 국립보건원의 예산도 따지고 보면 다른 이유가 있었다. 4년 전 의회지도자들은 당파를 초월,중요한 약속을 한가지 했다. 2003년까지 국립보건원의 연구개발예산을 배증하겠다는 것.의회는 지금 이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의 투자가치를 십분 이해하는 의회.정권이 변해도 약속의 버팀목이 되는 의회-.미국을 보면 한 국가의 첨단기술은 의회의 수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