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운용에서 한국은행의 ''할 일''이 별로 없을 전망이다. 이미 작년에 금리를 내릴 만큼 내린데다 경기 바닥 탈출 신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금리정책을 결정할 한은 수뇌부도 오는 3월말을 전후해 대폭 교체된다. 엔저(低) 변수까지 겹쳐 운신의 폭은 더 좁아졌다. 정부도 올 경제운용계획에서 한은엔 별로 기댈게 없다는 분위기다. 한은은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때 거꾸로 선제적인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고심할 입장이다. ◇ 이미 다 썼다 =한은은 작년에 콜금리를 네차례 인하(연 5.25%→4.0%)했다. 이로인해 방출된 돈(본원통화)만도 5조원을 넘는다. 이를 총통화(M2)로 환산하면 약 70조∼80조원을 푼 셈이다. 이로 인해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로 떨어지고 시중자금이 금융권에서만 맴돈다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더이상의 성장률 추락을 막았다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 당분간 금리 동결 =오는 10일 콜금리 결정을 위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이미 ''금리 동결'' 쪽이다. 증시 활황, 산업생산.투자 증가세 반전, 기업.소비자 경기심리 호전 등으로 내릴 요인이 별로 없고 그렇다고 올리기엔 너무 이르다. 한은은 그동안 콜금리를 ''연 3%대''로는 안내리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왔다. 추가 인하시 부동산 가수요, 이자생활자 고통 등 역효과만 크다는 시각이다. 국내외 분석기관들은 작년 2월부터 시작된 금리인하의 큰 사이클이 종료됐고 올 하반기부턴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는 작년에 11차례 금리를 내린 미국과 비슷하다. 최근에는 은행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조금씩 올리는 추세다. ◇ 올해 화두는 물가 =올 물가전망은 3.0%.이는 원화환율이 연평균 1천2백70원선에서 하향안정된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엔저로 인해 올 물가.환율 전망이 빗나갈 공산이 커졌다. 보통 환율이 10% 뛰면 소비자물가는 1.5%가량 오른다. 한은은 작년 물가안정목표(2∼4%)를 못지킨 터여서 올해 돈풀기가 여의치 못하다. 두해 연속 물가목표 달성 실패땐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 석달뒤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 절반(3명)이 임기가 만료돼 더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안팎 여건상 새 총재는 웬만해선 적극적인 경기진작보다 소극적인 물가방어에 주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