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전세계 나노 연구자들 사이에서 'CMK'라는 단어는 이제 보통명사처럼 사용된다. CMK는 '카본 메조스트럭처드 바이 카이스트(Carbon Messostructured by KAIST)'를 줄인 말이다. 우리 과학교육의 산실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당당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 말을 만든 주역은 KAIST의 유룡 교수다. 보통 과학자들은 평생 한 번이라도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세계적 과학저널에 논문을 싣기를 원한다. 그러나 유 교수는 2000년과 2001년 두차례나 네이처에 논문을 실었다. "네이처에 논문을 싣기 위해 지난 1996년부터 투고를 시작했지만 세차례나 거절당했습니다.결국 네이처가 논문을 받아들였는데 '사람에게는 때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CMK'는 우리말로 '카이스트가 합성한 메조구조화된 탄소'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메조란 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비슷한 크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물질을 나노수준까지 작게 만들면 많은 정보를 넣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물성이 바뀐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물질이 탄생하는 것. 그는 지난해 네이처에 두번째로 냈던 논문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2000년 11월 논문은 일본 연구진의 기여가 상당히 컸습니다.그러나 지난해 7월 논문은 순수 국산기술에 바탕을 둔 것이고 시각적 효과를 위해 일본의 전자현미경을 빌려 촬영한 정도였습니다.특히 신물질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두번째 논문은 훨씬 의미가 컸습니다" 지난해 낸 '나노 다공성 신소재'논문은 나노 다공구조로 된 실리카를 거푸집으로 써서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이었다. 탄소의 원료가 되는 설탕이나 셀룰로오스 등을 실리카에 부으면 휘발성 물질은 날아가고 나노구조의 거푸집에 탄소만 남게 된다. 가성소다로 거푸집 역할을 했던 실리카를 녹여버리면 나노구조의 신물질인 탄소 나노파이프가 만들어진다. 이게 CMK다. 이처럼 작게 탄소를 만들면 물질의 특성이 달라진다. 유 교수의 학창시절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원까지 기차를 타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농사일을 도와줘야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부터 농사일에서 해방됐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KAIST에 입학,연구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과학을 하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시골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지요.의식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