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호 < LG화학 대표이사 사장 khno@lgchem.co.kr > 그렇게도 떠들썩했던 21세기의 첫 해 신사년(辛巳年)이 가고,임오년(壬午年)을 맞았다. 말띠해를 맞아 맨먼저 떠오르는 것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중국고사다. 옛날 중국 북방에 새옹이란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어느날 이 새옹의 말이 오랑캐 땅으로달아났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위로하자 새옹은 조금도 애석한 기색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누가 아오? 이 일이 복이 될는지" 몇달이 지난 어느날,그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이를 치하하자 새옹은 조금도 기쁜 기색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누가 아오? 이 일이 화가 될는지" 그런데 어느날,말타기를 좋아하는 새옹의 아들이 그 오랑캐의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이 이를 위로하자 새옹은 조금도 슬픈 기색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누가 아오? 이 일이 복이 될는지" 그로부터 1년후,오랑캐가 침입해 마을 장정들은 모두 징집돼 전장으로 나갔으나 절름발이인 새옹의 아들만은 무사했다. "회남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이 고사에는 인간의 길흉을 함부로 단정짓지 말라는 가르침이 담겨있다. 작년 한해동안 우리주변에서 새옹의 말(馬)을 자기멋대로 해석한 말(言)이 너무 많아 매우 혼란스러웠다. 무슨 무슨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말이 떠돌면서 누구 누구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무고한 사람을 모함하는 말들이 나돌았다. "음모설,찍어내야 한다"라는 말이키워드로 떠오를 정도였다. 경제계 역시 예측들로 인해 애를 먹었다. "호황이니,불황이니,올해 경기가 살아나느니,더긴축경영을 해야한다느니,내년에는 경제가 몇 퍼센트 성장할 것이라든지"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임오년에는 고사속 새옹 노인의 모습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열리고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어 더 많은 말(言)이 떠돌 것이다. 인과와 길흉을 예견하지 말았으면 한다. 희망적인 미래를 가져올 새옹지마의 말,목표점에 이르기 위해 앞만보고 힘차게 달리는 말이 우리사회의 키워드가 됐으면 한다. .............................................................................. * 한경에세이 필진 1일부터 바뀝니다 1~2월 집필은 정원기 변리사(월),노기호 LG화학 사장(화),주덕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수),현의송 농협 신용대표이사(목),장경작 조선호텔 사장(금),백수경 메디칼데포 대표(토)가 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