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D램사업을 마이크론에 넘겨주는 방향으로 생존의 길을 잡아가고 있다. D램사업과 비D램사업을 분리해 D램사업은 마이크론에 맡기고 비메모리 등 D램 이외의 사업에 전념하는 회사로 남는 방안에 양측의 의견이 접근한 상황이다. 마이크론이 원하던 세계 D램시장의 확실한 주도권을 보장해 주는 대신 하이닉스의 자체 생존을 보장받는 방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채권자와 주주들의 이익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세계적인 '메가딜'에 합의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D램사업을 인수해 그동안 독주하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이에따라 세계 D램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 D램부문 매각 배경 =하이닉스의 경우 계속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D램사업을 자체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해주었는데도 부채규모가 6조원이나 돼 D램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거액이 물려 있는 채권단과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D램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지분 일부를 보유하기보다 애초부터 하이닉스의 D램 사업을 완전히 넘겨받는 방안을 주장해 왔다. 지난 98년에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로부터 D램사업을 자산부채인수(P&A) 방식으로 인수했다. 또 D램 사업에만 전념하고 있어 D램 이외의 사업을 별로 원하지 않는 입장이어서 D램과 비D램 분리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 거래의 기본구조 =하이닉스는 연구개발 영업 등을 포함한 D램 사업 일체를 마이크론에 넘겨주게 된다. 하이닉스의 D램 사업은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17.1%에 달한다. 13개 팹(fab.단위공장) 중에서 일부 노후팹을 제외하면 5~6개 정도가 마이크론에 넘어가는 대상이다. 하이닉스는 자산실사 결과에 따라 마이크론의 주식을 받고 하이닉스 주식 19.9%와 채권단 채무를 넘겨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금이 오갈 수도 있을 전망이지만 대금의 대부분은 마이크론의 주식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이를 위해 신주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의 주식을 받고 채무중 일부를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비메모리와 S램 플래시메모리 등의 사업을 하게 된다. 또 하이닉스 지분을 일부 넘겨주는 것은 마이크론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다. 마이크론은 D램 이외에 비메모리와 메모리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만든 SOC(시스템온칩) 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구상하고 있어 하이닉스와 협력의 여지가 있다. ◇ 주주와 채권단에 대한 영향 =D램 사업을 정리하지만 주주와 채권단의 이익은 현재보다 확실하게 보호될 전망이다. 일단 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D램 가격이 오르는 호황이 오면 직접 이익을 보지는 못하지만 보유한 마이크론 주식의 주가가 상승해 간접적으로 이익을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합병을 하는 경우 우려되던 감자나 주식병합의 가능성이 작아진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생존이 일단 보장되는 만큼 채권확보에 대한 염려가 크게 줄어든다. 또 채권중 일부를 마이크론이 인수하게 되면 불량채권이 우량채권으로 바뀌어 안심할 수 있게 된다. 하이닉스와 운명을 함께 하던 외환은행 한빛은행 등 많은 은행들이 하이닉스 도산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