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처럼 올 송년회에서도 기상천외한 신종 폭탄주들이 유행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불안한 가운데 한해를 보내면서 각종 세태를 풍자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폭탄주 제조법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난지도주' '빨대주' '칙칙폭폭주' 등 주당들의 창조적인 기교가 돋보였던 지난해의 신종 폭탄주와 달리 올해에는 9.11 미국테러, 진승현 게이트 등 국내외의 주요 사건.사고에서 착안한 특수 폭탄주들이 등장하고 있다. '9.11 테러주'는 맥주잔을 일렬로 늘어놓은 뒤 2개의 맥주잔 사이에 양주잔을 올려놓으면 준비가 끝난다. 끝에 있는 양주잔에 작은 충격을 주면 양주잔들이 차례로 맥주잔에 떨어진다. 지난 9월11일 미국 뉴욕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테러로 힘없이 무너지는 장면과 흡사해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됐다. 히로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탤런트 황수정씨가 술에 최음제나 히로뽕을 타서 마셨다는 얘기가 회자되면서 이를 비꼰 '예진아씨주'도 최근 애주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양주와 맥주를 섞은 기존의 폭탄주에다가 소화제를 가루로 만들어 탄 폭탄주다. 소화제의 약효를 타고 알코올이 빠른 시간내에 몸에 흡수된다고 한다. 도무지 수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진승현 게이트'를 빗댄 '진승현주'도 나왔다. 양주잔을 맥주잔에 거꾸로 세운 뒤 그 위에 맥주를 붓는 이 폭탄주는 양주잔과 맥주의 압력 차로 인해 마실때 양주가 조금씩만 흘러나온다. 다 마셨는가 하면 아직도 양주가 남아 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제기되는 진승현 게이트와 닮은 점이 많다는게 주당들의 설명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