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한국의 사회지표는 사회상의 변화를 각종 통계로 읽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올해 발표된 사회지표(대부분 2000년 통계기준)의 경우 특히 답답한 사회상을 반영하듯 술·담배소비가 더 늘고 민간저축률이 20년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는가 하면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는 등 경제·사회분야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여러가지 현상들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지표들이다.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7시간30분으로 전년도보다 24분 줄었지만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44시간)보다는 아직도 많다. 특히 제조업체 근로자의 경우 49시간30분으로 더 길었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평균 실 근로시간은 53시간30분에 달했다는 보고서(삼성경제연구소)도 있고 보면,44시간으로 돼 있는 현행 법정근로시간을 지키기조차 힘겨운 것이 우리의 기업현실임이 분명하다. 근로현장의 현실이 이럴진대,갑자기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고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 생산현장에 얼마나 많은 혼란과 차질이 빚어지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단축되면 중소기업의 경우 초과근로시간이 법정한도(주당 12시간)를 초과하게 돼 '위법'을 저지르게 될 판국이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업들도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현실을 감안할 때 신규인력의 투입이나 초과근로수당 지급 등으로 노동비용의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며 그것을 감당키 어려운 기업들은 생산자체를 줄여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주5일 근무제를 당장 실시하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도 기업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이번 사회적 지표에 나타난 국민들의 여가활용 실태 역시 주5일 근무제도입의 명분 중 하나인 여가선용과는 거리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쉬는 날엔 TV를 본다는 사람이 아직도 62.7%에 달하고 잠자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직도 보통사람들의 여가활용 행태는 바람직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이같은 지표들을 보더라도 주5일 근무제는 정부가 앞장서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먼저 노·사·정 간의 합의와 국민적 컨센서스가 필요함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정책과제일수록 명분보다는 현실에 맞춰 풀어나가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