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가 지난 90년대 초부터 아르헨티나의 경제자문역을 맡아왔지만 현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책임 밖에 없다고 경제전문가들이 23일 주장했다. 경제전문가 중 상당수는 43개월의 경기후퇴와 막대한 대외채무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임박 등에 대한 책임이 차관을 도입하면서 공공지출의 고삐를 잡지 못한 아르헨티나 정부측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은행 크레디 아그리콜의 경제전문가 벵상 라위에는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는 대외채무에서 시작됐다"면서 "아르헨티나는 국제금융기관의 무제한적 지원에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며 IMF는 이를 누차 경고해 왔다"고 밝혔다. 크레디 리요네의 수석 경제학자 장-클로드 베트베즈도 IMF가 아르헨티나에 대한 차관제공을 확대하면서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아르헨티나 정부가 원인을 직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경제위기의 책임이 아르헨티나에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이들 경제학자들은 그러나 IMF가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책임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IMF가 90년 초 페소화와 달러화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환율정책을 도입하도록 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 정책은 초기에는 인플레를 억제하고 외국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97년 이후로는 수출의 발목을 잡고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부작용의원인이 됐다. 베트베즈는 IMF가 2000년에 페소와 달러화의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도록 조언했지만 이보다 훨씬 더 이전에 이를 조언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또 IMF가 아르헨티나측에 지나친 긴축재정을 펴도록 요구한 것도 잘못이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나텍시 방크 포퓰레의 마르 투아트는 2차대전 뒤 유럽국가들의 재건을 도운 마셜플랜을 인용하면서 "신흥시장 국가 입장에서는 인플레를 잡는 것보다 국내경제 추진력을 되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IMF가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IMF가 더이상 선택권을 갖고있지 않다"면서 "IMF는 아르헨티나를 도와야하며 이는 더이상 재정적자상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크레디 아그리콜의 라우에도 "매일 2천명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는 아르헨티나입장에서 현재 매우 중요한 추가 차관을 IMF가 제공할 수도 없었고 하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비난을 모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