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델라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경제실정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표명한 가운데 국제 사회는 아르헨티나의 경제상황을 우려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는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 현 단계에서 디폴트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머스 도슨 대외관계 담당 국장은 아르헨티나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계획을 마련하지 않는 한 IMF 자금을 지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이달 초 아르헨티나 정부가 당초 약속한 '재정적자 제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의를 표명하고 정국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빠른 시일 안에 지속가능한 경제계획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지난 12월1일 정부가 시행한 은행예금 동결조치가 그동안 꾹 눌러왔던 중산층의 불만을 터뜨린 소요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IMF의 요구대로 긴축정책을 시행하려면 엄청난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의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오닐 재무장관은 아르헨티나를 돕는데는 IMF와 세계은행이 우선 주자가 될 것이라면서 오히려 책임을 떠넘겼다. 뉴욕 ABN 암로의 분석가로 활동중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 페르난도 로사다는"아르헨티나가 스스로 자국을 구할 때까지 아무도 아르헨티나를 돕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나 국내외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의 정치상황이 일단 정상을 되찾을 때까지는 어떤 원조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바클레이 캐피털의 수석경제학자인 존 웰치는 "대통령이 없는 상태가 3개월은 갈 것이며, 대통령 없이 어떻게 경제정책을 운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4년여째 계속되는 경제난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소요가 격화되자 페르난도 델라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일 의회에 사임안을 제출했다. 앞서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도 19일 경제실정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