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권총강도가 현금수송 은행직원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현금 3억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연말 비상방범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에 발생, 연말 비상방범령을 무색케 하고 있다. ▣발생 21일 오전 10시께 대전시 서구 둔산동 K은행 둔산지점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권총을 든 2인조 복면강도가 현금을 옮기던 같은 은행 용전동지점 김 모(45) 과장의 가슴과 팔, 다리 등에 실탄 4발을 쏘고 현금 3억원이 들어있는 돈가방과 서류가방을 빼앗은 뒤 경기 2버 5427호 검은색 그랜저XG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다. 총에 맞은 김 과장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0여분 뒤 숨졌으며 사건발생 직전 청원경찰 등 2명과 함께 대전 70나 68XX호 승합차를 이용, 용전동지점에서 영업자금 6억원을 감청색 가방 2개에 나눠 지역본부가 있는 둔산지점으로 수송하던 중이었다. 함께 있던 운전기사 박 모(23)씨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돈가방을 수레에 싣는 순간 주차장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범인들이 승용차로 현금수송차의 뒤를 막은 뒤 공중에 공포탄 1발을 쏘면서 위협했다"며 "나와 청원경찰이 현금수송차로 피하자 범인들은 남아 있던 김 과장에게 실탄 4발을 쐈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범인들이 타고 달아나는 승용차 조수석 부분을 현금수송차로 3차례들이받았으나 범인들의 도주를 막지는 못했다. ▣범인 인상착의 이번 사건의 범인 2명 중 김 과장에게 권총을 쏜 1명은 175㎝의 키에 위아래 회색 작업복을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20대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승용차를 운전한 또다른 1명도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색상의를 입고 있었다. ▣경찰수사 사건이 나자 경찰은 범인들이 타고 달아난 승용차(조수석 부분이 심하게 파손)를 전국에 수배하는 한편 대전둔산경찰서 삼천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주요예상 도주로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또 역과 터미널 및 주변 숙박업소 등 은신 가능지역에 대한 수색을 펼치는 동시에 범인 발견에 대비, 5분 대기조의 출동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범인들이 현금 수송시각을 정확히 알고 있던 점에 비춰 은행 내부사정을 잘 아는 자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팔호 경찰청장도 이날 오후 대전에 내려와 현장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한편 범행에 사용된 승용차는 지난 99년 3월 18일 경기도 평택시 서정동에서 도난당한 차량으로 밝혀졌다. ▣동일범 가능성 경찰은 또 현장에서 탄두 1개를 수거, 정밀 감식 중이며 3.8구경 권총의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10월 15일 0시 10분께 대전시 동구 송촌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순찰 중이던 노 모(33) 경사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뒤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 1정을 도난당한 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고 이 사건과 연계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당시에도 범인들은 20대 후반 남자 2명이었으며 범행 차량도 전날 도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일 이번 사건 범인들이 경찰관 권총 탈취사건과 동일인물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문제점 이번 사건은 경찰이 지난 5일부터 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연말연시 방범활동을 강화하고 나선 지 보름여만에 발생했다. 더욱이 지난 11일 대구 K은행에 엽총을 든 복면강도가 침입, 1억여원을 빼앗아 달아난 데 이어 18일 경북 경주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자 2명이 신호대기 중이던 J은행 현금수송차 트렁크에서 현금 3천70만원이 든 가방을 꺼내 도주한 지 3일만에 또다시 은행 수송현금이 빼앗겨 방범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사건이 발생한 은행건물 지하 주차장에는 폐쇄회로TV(CCTV) 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금융기관의 안일한 방범의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으며 범인들이 갖고 달아난 돈가방에는 리모컨 작동시 강한 전류가 흐르도록 고안돼 있으나 이 마저도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연합뉴스) 이은중.정윤덕.윤석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