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철강 생산국들은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을 막기 위해 향후 9년간 최대 9천7백50만t 규모(조강 기준)의 생산설비를 감축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9일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40개 철강 생산국들은 지난 17∼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2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 고위급 회의'를 열고 2010년까지 비효율 과잉설비를 9천3백50만∼9천7백50만t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세계 생산능력 10억2천5백만t의 9.1∼9.5%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철강업계 대책=OECD 국가별 감축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이 1천7백만t,EU가 1천8백만t,일본이 2천만t을 감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와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98년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조강설비 5백만t,압연설비 5백만t을 감축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일 게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이 추가 감축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다양한 대응논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포철은 비효율 설비감축 전략으로 광양제철소 미니밀 가동 중단 및 폐쇄를 제시하고 있다. 제1미니밀의 경우 내후년부터 전기로 1,2호(연산 1백80만t)를 가동 중단할 예정이고 제2미니밀(연산 2백만t)은 이미 건설 중단했다. INI스틸은 비효율 설비가 없어 별도로 감산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은 지난 98년 연산 1백50만t 규모의 부산공장을 폐쇄한 실적을 꼽고 있다.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한보철강은 "해외 매각되면 폐쇄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철강협회 김성우 통상협력팀장은 설명했다. ◇감산효과 있을까=OECD는 이번 회의에서 비효율 설비 폐쇄를 촉진하기 위한 비용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보조금 규정 등에 대한 연구그룹도 설치키로 했다. 이번에 설비감축 계획서를 내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선 내년 1월까지 보고서를 제출받아 내년 2월 초 제3차 회의에서 이를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감축 물량은 미국이 요구해온 감축 규모(2억t)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을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럴 경우 미국 시장에서 축출당한 철강제품들이 전세계 시장에 값싸게 풀려 추가적인 가격폭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산자부는 분석했다. OECD에서 합의가 됐더라도 실제 세계 철강국가들이 자율 감산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각국의 감산 의지는 내년 2월 예상되는 미국의 수입규제 정도에 달려있다"며 "미국이 수입장벽을 쌓을수록 이런 합의가 깨질 수 있음을 경고한 조건부 합의"라고 말했다. 김홍열·정한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