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9일 헌법재판소는 '재외동포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것은 제2조 2항의 동포를 규정하는 조항에서 재외동포를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외국으로 이주한 사람만을 법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2백만명에 달하는 재중동포와 50만명에 달하는 CIS거주 동포,그리고 일본에서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이른바 조총련계 동포가 제외된다. 또 1903∼1905년 미국으로 이주한 옛 미국동포들도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전 한국에서 외국으로 이주한 동포가 된다. 이 법에 의하면 7백만 해외동포 가운데 절반이 재외동포법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의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라는 개념에도 맞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이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는 나라'라는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 그래서 현행 재외동포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99년 9월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던 것이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이 있기 얼마전 한국으로 밀항하던 배에서 24명이 사망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중국조선족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이 본격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재외동포법 위헌 결정이 나온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재외동포법 개정을 위해 지난 7월24일 간담회를 시작으로 모두 5차례의 모임을 가졌다. 11월23일에는 41개 시민단체가 '재외동포법 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국회를 방문,관계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이주영 의원 외 22명이 발의자가 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 중 개정법률안'을 작성했고,민주당은 송석찬 의원 외 24명의 의원이 발의한 안을 작성했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법률안은 각각 문제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하나는 제5조의 출입국과 관련된 문제이고,다른 하나는 제10조에 있는 취업과 관련된 문제다. 특히 제5조의 문제는 외교통상부와 관련 있는 영역이다. 말하자면 한국이 중국조선족 동포를 우대할 경우 중국에서 간섭할 것이며,자칫하면 중국과 한국 간에 외교적 마찰이 야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재외동포법을 만들 당시부터 정부가 고민해 온 사안이었다. 중국은 모두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다. 중국은 이들 소수민족 가운데 특히 조국을 갖고 있는 조선족과 몽골족에 관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은 해외화교와 화인들에 대해 '천하한족일가족(天下漢族一家族)'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세계 각국에 분산된 한족(漢族)은 한 가족'이라는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므로 한족은 단결하고,한족(韓族)은 단결하지 말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지난 번 주한중국대사 리빈은 회견에서 "중국조선족은 중국 국민이라는 것을 유념해 달라"고 했을 뿐이다. 이것은 주한중국대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로 중국국민인 중국조선족을 잘 대우해 달라는 부탁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제10조 취업과 관련된 문제다. 한나라당이 제의한 것은 재중동포들이 한국을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게 하되,취업은 외국인 노동자와 같게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견 타당한 면을 갖고 있는 것 같으나,현재 외국인 노동자가 취업할 수 있는 정식 방법은 '연수생제도'밖에 없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돈 벌러 오는 그 많은 중국조선족들을 연수생제도 하나만으로 다 수용할 수는 없다. 불법 취업자 발생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따라서 제10조는 보다 깊이 있는 재검토가 필요한데,'노동허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여당과 야당은 제각각 의안을 낼 일이 아니다. 여야, 그리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충분히 토론한 뒤 합의를 도출,보다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또 재외동포들에게도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도록 해야 한다. Kakklee@hanmail.net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