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lee@kumhoenc.com 서울은 이전에 비해 몰라보게 많이 변했다. 강남지역은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섰고,곧게 뻗은 도로 등은 경제위상을 새삼 실감나게 해 준다. 도심 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서울은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살아있는 도시가 됐다. 특히 서울 한복판을 관통하는 한강은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불과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의 모습은 회색 및 검은색 일변도의 우중충한 건물들이 늘어선 볼품없는 도시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서울에는 맑은 공기를 가져다 주고 도시의 역사도 알아볼 수 있는 커다란 나무들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어느 도시를 가든 거리에서 커다란 나무들을 손쉽게 볼 수 있고 또 그 나무를 통해 도시의 정취와 역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은 건물들 대부분이 깨끗하게 들어서 있기는 하지만 아름드리 큰 나무들을 접할 수 없어 6백년 된 고도라는 느낌을 전혀 가질 수가 없다. 나무만 놓고 보면 신생국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흔히 외국인들은 우리를 보고 인재를 잘 키우지 못한다고들 한다. 이는 큰 나무를 키우지 못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나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잘 보존해 후손들이 나무를 통해 역사를 알고 또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나무가 나라와 도시의 역사를 증명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나온 발자취는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서울에는 우리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등 고궁들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고궁들을 사람들에게 개방해 역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온통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을 거닐어도 정취를 느끼기 어렵다. 차라리 담에 유리등을 설치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건 어떨까. 고궁 안의 정원 등을 보여 줌으로써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라나고 고궁의 정취를 언제 어디서든 느낄 수 있는 서울의 모습을 가꾸자. 그러면 자연미도 살아나고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