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조에 속한 팀들이 경악을 느낀 반면 H조에 속한 팀들은 저마다들 희망의 불씨를 안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팀들의 전력이 세계적 수준에 못미치는데다 전력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16강 진출예상팀도 그만큼 안개에 쌓여있다. 이중에서도 눈에 띄는 팀은 벨기에.82년 스페인대회부터 6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에 진출한 단골손님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전통의 강호들에 비해 전력은 떨어지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줄곧 월드컵에 얼굴을 내밀어왔다. 이번 예선에선 체코와 스코틀랜드를 밀어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82년 2라운드 12강에 진출했던 벨기에는 86멕시코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최고 성적을 낸 뒤로 하향세를 걷다 최근들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4-4-2 전형을 쓰며 허리에는 게르트 베르헤옌과 음보 음펜자가 주력이다. 흠이 있다면 주전들의 나이가 많은 점.체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플레이메이커 빌모츠와 1차전 결승골의 주인공 공격수 베르헤이엔등이 모두 30세를 넘겼다. 일본 역시 16강 진출을 노려볼만 하다. 일본은 80년대까지 한국과 중동세에 밀려 아시아의 벽을 넘지 못하다 지난 93년 J리그 도입을 계기로 무섭게 성장했다.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세계 정상급팀과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8프랑스월드컵에선 첫 본선 무대를 밟아 3전 전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했지만 아르헨티나 등 강호들을 맞아 매경기 선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J리그 출범과 함께 남미와 유럽에서 세계적 지도자와 선수를 대거 영입해 선진기술을 전수받았고 이러한 토대 위에서 98프랑스월드컵 후 영입한 필립 트루시에(프랑스) 감독의 지도 속에 일본 특유의 조직축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축구영웅" 나카타를 비롯,오노 이나모토 니시자와 다카하라 가와구치 등 유럽과 남미 진출 선수들이 공.수에서 핵을 이루고 있다. 체력 소모가 적은 팀 플레이와 짧고 빠른 패스에 의한 순간적인 공간침투가 강점이다. 벨기에.일본과 16강 진출을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는 98프랑스월드컵과 유로 2000 지역예선 탈락의 아픔을 딛고 8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에 진출한 동유럽의 강호다. 구소련 시절 첫 본선 나들이였던 58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고 62년 8강,66년에는 4강까지 진출했었다. 현재 FIFA랭킹 22위로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정통 유럽식 축구를 구사한다. 여기에 강력한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이 뒷받침되고 있으며 특히 강한 미드필드가 위력적이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우승이후 하향세를 보였지만 올레크 로만체프 감독이 98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전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공격의 핵은 94미국월드컵부터 큰 무대에서 뛰어온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흐(스파르타크 모스크바)로 유럽예선 1조에서 팀내 최다인 7골을 기록하며 러시아의 본선진출에 1등공신이 됐다. 92년부터 A매치에 데뷔해 59경기에서 23골을 뽑았고 폭발적인 스피드와 고공 플레이가 일품이다. 튀니지는 이들 세팀에 비해 무게가 떨어지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을 기점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지역예선에서 6승2무 무패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으며 피파(FIFA) 랭킹도 현재 아프리카 국가중 가장 높은 25위다. 공격진중 특별한 스타는 없지만 전원이 득점력을 보유할 정도로 탄탄하다. 주의할만한 선수는 지난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골을 기록한 다델 셀리미와 주바야 바야,지아드 자지리 등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