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박길연 신임 유엔 북한대표부 대사가 지난 주말 대사 부임을 위해 뉴욕에 도착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27일 밝혔다. 외무성의 중동 담당 부상(副相)으로 있다가 유엔주재대사 발령을 받은 박대사는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는대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유엔 일각에서는 그의 부임 시기가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총격 등으로 남북관계의 냉각이 우려되고 있고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관련, 북한이 국제사회의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강경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박대사의 유엔 내 활동이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측은 그간 신임 유엔대사로 박대사가 내정된데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해 왔었다. 우선 그가 지난 85년부터 96년까지 무려 11년간이나 유엔대표부 대사를 지냈기때문에 미국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다 지난 19일 뉴욕을 떠나 귀국한 이형철 전 대사가 외무성 국장급으로 있다가 이곳으로 온데 비해 박대사는 차관급이기 때문이다. 한국측은 이러한 조치가 일단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채널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킴으로써 북미관계에 보다 진지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해왔다. 북한은 좌절되기는 했지만 지난달 유엔내 안전보장이사회와 함께 가장 중요한산하 기구인 경제사회이사회의 이사국 피선을 시도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9.11 테러사건과 그 후의 테러응징전쟁과 관련, 인질억류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하고 테러자금조달 억제에 관한 국제협약에 서명하는 등 국제사회의 흐름에 부응하려는 자세를 보였었다. 북한이 그같은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미국내 유일한 미국 정부 접촉창구라고 할수 있는 유엔대사로 차관급인 박대사를 임명했다면 북한이 앞으로 미북관계에 있어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박대사가 냉전시대에 동서가 대립하고 있던 시점에 유엔대사를 지냈기 때문에 그간 급변한 국제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유엔대사직을 수행할 것인가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박대사는 자강도 출생으로 싱가포르, 콜롬비아 대사 등을 거쳐 유엔대사를 지낸후 96년 부상으로 승진해 귀국한 후 지금까지 중동담당 부상을 맡아왔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