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른들이 젊은이들로부터 존경을받지 못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최근 조사를 인용, 17개아시아국중 한국 젊은이들의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어른 공경심 상실의 사례로 존칭보다는 격의없는 언어 사용, 지하철 등지에서의 자리 양보 안하기, 어른에게 담뱃불 빌리기 등을 들면서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고 이상한 복장을 하며 마치 다른 우주에서 온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불평한다고 전했다. 유통회사 간부인 정모(59)씨는 "젊은이들은 내가 젊었을 때 상상할 수 없었던일들을 한다"며 "우리 사회가 정말 타락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신문은 엄격한 위계질서와 강한 사회적 응집력에 익숙한 한국의 어른들에게 급속한 존경심 상실은 우려할 만한 일이 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선생님은 학부모를,학부모는 미디어를, 사회학자는 인터넷을, 정부는 서구화를 꼽았다고 밝혔다. 지리산의 한 마을에서 전통예절과 무예를 가르치는 몽양당(청학동서당)의 김봉곤 훈장은 "오늘날 젊은 사람들이 적절한 도덕적 기초 없이 정보의 물결에 종속돼있다"며 "젊은이들이 모래 위에 집들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와 사회분석가, 정치인들은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실패, 독재와민주화 과정, 대북 화해, 인터넷 급속 확산 등의 과도기를 겪으면서 전통적 유교 가치가 붕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LA 타임스는 젊은이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산업보충역인 정모(23)씨는 "나는 어른들을 존경하거나 경시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같다. 어른들은 단순히 오늘날의 세계와 동떨어져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레스토랑종업원인 김모(27)씨는 "존경받을 사람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어른들은 유교적 가치를 설파하면서 돌아서서는 가정을 해치는 불륜관계를 갖는다"고말했다. 사업가 송모(55)씨는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위한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며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도 맑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