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아시아에서는 지난 20년간 두 종류의 첨단산업이 발전해왔다. 중국과 대만의 하드웨어 제조업과 인도의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이 그것이다. 이들 산업은 해당국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다. 양 산업간 보완적인 관계가 있음에도 상호교류는 거의 없었다. 최근의 경기둔화를 감안하면 이같은 협력부족은 변화해야 한다. 아시아의 두 기술 거인인 중국과 인도는 그들의 산업을 위한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손 잡을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전세계 첨단제품의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나라의 첨단기업들은 노키아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한다. 여기에는 전략적이고 보안적인 측면뿐 아니라 서양과 경쟁해오면서 생긴 감정적인 요소도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의 기업들이 서구에서 만든 제품을 단순히 조립만 한다면 미미한 가치만을 부가할 뿐이다. 수익을 높일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도에는 광통신 및 무선통신 분야 고객사들을 위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많다. 인도에는 60억달러에 달하는 소프트웨어서비스산업이 형성돼 있다. 소프트웨어는 이익과 성장성이 하드웨어에 비해 크다. 근본적으로는 기술의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중이다. 하드웨어가 구현하는 기능을 점차 소프트웨어가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도 약점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같은 소프트웨어 제품은 돈을 찍어내는 기계와도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제품은 서구에서 개발된 것이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승자가 독식한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는 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인도의 산업이 확장성을 가지려면 중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인도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중국산 제품에 끼워넣는 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원하는 세계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의 TI가 중국과 대만의 휴대폰 제조업체에 팔고 있는 반도체 칩에는 인도에서 개발한 신호처리 관련 기술이 들어가 있다.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도 TI처럼 인도의 노하우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 중국은 인도기업들로부터 세계적인 우량 고객사들과의 수십년 거래경험을 전수받을 수도 있다. 반면에 내수시장이 큰 중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국내지향적이다. 역사적으로 그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그럴 필요가 생길 즈음 인도가 눈 앞에 있다. 그러나 협력이 이뤄지려면 반드시 상호이해와 신뢰, 그리고 대화가 있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중국보다 인도가 상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품질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도로 가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품질은 확보할 수 있지만 가격경쟁력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도는 중국이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이같은 지위를 계속 누리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의 첨단기업들이 서로에게 배우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그들의 경쟁력과 집중분야는 매우 상호보완적이다. 이들이 손을 잡고 일한다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최근 실린 'A New New Thing for China and India?'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