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첫 비행기 출장은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워싱턴 레이건내셔널공항에는 총을 멘 연방군인들이 경비를 선데다 수하물 검색시간이 5~6배로 늘어났다. 무작위로 선정된 일부 승객은 탑승 전 한쪽으로 격리돼 몸수색까지 철저하게 받았다. 검색대에서 이미 레이더 및 경비요원들의 점검을 받은 후인데도 또다른 경비요원들이 가방속을 이잡듯이 뒤졌다. 전국 42개 공항 2만8천명의 검색요원이 새 법에 따라 조만간 연방공무원으로 바뀌기 때문에 검색절차는 더 까다로워질 것 같다. 비행기를 탄 후에도 이륙 후 30분간과 착륙 전 30분간은 기내이동이 금지됐다. 레이건내셔널공항은 승객이 착륙 전 30분간 이동금지규정을 어길 경우 무조건 비행기를 안전시설이 더 철저한 댈러스 국제공항으로 유도하겠다고 경고했다. 승객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즉각 소개령이 내려졌다.16일 저녁 노스캐롤라아니주 샬로테공항에서 워싱턴DC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탑승 직전 갑자기 경비요원들이 승객들을 탑승대기지역 바깥으로 격리시켰다.요원들은 대기지역안의 건물 구석구석은 물론 의자와 휴지통,탑승수속창구 안팎을 샅샅이 뒤졌다. 항공사측은 다른 탑승대에서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주변 탑승대기지역도 수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날 오전 애틀랜타 하츠필드 국제공항에선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한 승객이 검색대 통과 후 카메라 백을 놓고 온 것을 알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경비요원들을 지나쳐 검색대 바깥으로 나가는 바람에 하츠필드 공항이 무려 3시간가량 폐쇄됐다. 미식축구 관람을 놓칠까봐 경황이 없었다는 이 승객의 해프닝이 수많은 사람들을 긴장과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22일이면 미국인들이 비행기를 가장 많이 타는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된다. 작년 추수감사절엔 2천40만명이 비행기로 이동했다. 올해는 테러 영향으로 승객이 10~15% 줄 것이란 소식이지만 이들은 테러 이후 훨씬 까다로워진 안전검색 때문에 적잖은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