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람들의 미녀에 대한 안목을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해도 고전소설 속의 비유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짐작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미인의 살결을 '분결같다'하고 자태를 흔히 꽃에 비유하면서도 양귀비나 장미가 아니라 연꽃이나 해당화 같은 음전하고 아담한 꽃에 비유한 것도 중국과는 다른 조선의 특징이다. 허리를 '가는 버들 같다'고 한 것이나 유방을 고작 연적에 비긴 것도 흥미롭다. '앵두 같이 붉은 입술' '백옥 같이 흰 이' '삼단 같은 검은 머리' 등의 표현에서는 옛 미녀의 기준이 분명해진다. 피부 이 손은 희고 눈 머리카락 눈썹은 검어야 했으며 입술 뺨 손톱은 붉어야 미인축에 들었다. 요즘 미인의 기준이 되는 유방 둔부 각선 따위의 성적 매력은 찾아볼 수 없다. 옛 미녀의 기준은 요즘 사회에서 이미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지만 아마 1백년 뒤 사람들에게 그것은 귀신의 모습으로 생각되기 십상일 것 같다.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1백년 뒤면 한국인도 턱이 더 작아지고 코는 높아지는 등 역삼각형의 얼굴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서양사람 비슷하게 변한다는 이야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시티에서 열린 미스 월드 선발대회에서 나이지리아 태생의 아그바니 다레고가 51년만에 아프리카 흑인으로서는 처음 최고 미인으로 뽑혔다는 소식이다. 한국에서도 87년 최연희가 2위에 입상했고 95년 최윤영이 아시아지역 최고 미인으로 뽑힌 적이 있는 대회다. 사람들의 미인관도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1921년 개최된 제1회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마거릿 고먼은 키 1?55㎝,몸무게 49㎏,가슴둘레 76㎝,허리둘레 63㎝,히프 81㎝의 소녀로서 요즘 같아선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을 자그마한 체구였다. 다레고의 말처럼 '검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세계가 인정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미의식의 변화속도가 백에서 흑으로 변할 만큼 빨라진 것일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한국인도 미스 월드에 뽑힐 날이 성큼 다가온 것일까. 고광직 논설위원 kj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