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설가 황석영씨와 SBS 사이에 소설「장길산」에 대한 드라마 판권 반환 청구소송이 진행되면서, TV드라마「장길산」의 방송추진 여부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SBS는 지난 94년 소설「장길산」을 드라마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황석영씨와 사상최대인 3억 3천만원에 5년 시한의 판권계약을 맺었다. 이후 95년 하반기 SBS는「모래시계」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를 기용, 「장길산」을 드라마로 제작하려 했으나, 이 계획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중인 작가의 작품을 방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안기부의 압력으로 인해 일단 보류됐다. SBS는 황작가가 출소한후 99년 다시「장길산」의 드라마화에 나섰다. 황씨의 도움을 얻어 남북합작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나, 북한경비정 영해침범 사건 등으로 급작스럽게 남북관계가 냉각되면서, 이 또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던 가운데 황씨가 99년말 소설「장길산」의 드라마 판권 계약의 시일이 지났다며 법률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표명, 현재 드라마 제작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것.실제로 소송이 제기된 것은 지난 여름이다. SBS 프로덕션 김임균 기획사업국장에 따르면 황씨는 소송에 들어가기에 앞서 드라마 판권의 재계약 또한 SBS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BS측은 94년 계약 당시 전례없는 큰 액수의 돈을 지급했기 때문에 이번 소송에 패하면 재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SBS측은 당시 계약서상에 '사회적 여건 때문에 제작되지 못할 경우 제작이 가능한 시점에서 5년간 판권을 더 보유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는 점을 들어이 소송이 SBS측에 유리하게 결론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서울 남부지원 민사4부는 오는 12월 14일 확정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장길산」의 드라마 제작실무를 담당한 SBS프로덕션측은 소송이 해결되면 다시 남북합작으로 제작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최근의 남북 관계로 미뤄볼때 합작성사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SBS 프로덕션의 김임균 기획사업국장은 "구체적인 준비작업들이 과거에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다시 제작에 돌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말했다. SBS 박희설 외주제작팀장은 "소송이 해결되고 SBS프로덕션에서 기획서를 올리면 제작지원과 편성을 검토해보겠지만 아직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반드시 남북합작으로 제작돼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