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고경영자의 아량 .. 이상헌 <헤드라인정보통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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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lee@headline1.co.kr
직원 중에 업무 수행능력이 출중하고 전문성도 뛰어나 회사에서 동료 직원들과 임원들로부터 부러움과 신뢰를 받는 염 과장이 있다.
얼마전 외국 바이어 몇 사람을 초청해 신제품 개발계획과 사용 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 후 염 과장을 유성온천을 거쳐 마곡사를 돌아보는 관광코스에 동행시켰다.
그런데 공식행사를 끝낸 다음 염 과장이 바이어들에게 무례한 언행을 서슴지 않았고 나에게도 함부로 대했다.
함께 참여한 한 임원이 안하무인격인 이 사람을 혼내야 한다고 건의해왔다.
그러나 이런 주위의 건의를 묵살해 버렸다.
사람은 공식적인 관계에 계속 얽매일 수 없다.
때로는 공식의 굴레를 훌훌 벗어버리고 비공식적 인간관계에서 정을 나눌 수 있어야 하고 이런 관계를 통해 더욱 긴밀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눈감아 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중국의 춘추시대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어느날 군신을 전부 모아 신분계급을 떠나 인간적인 교분을 나누자고 선포했다.
주연이 한창 무르익어 분위기가 도도해졌는데 갑자기 불이 꺼졌고 이때 왕의 애첩을 희롱한 자가 있었다.
애첩은 이 사람의 관 끈을 잡아당겨 떼어들고 장왕에게 이 사람(관에 끈이 없는 자)을 잡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장왕은 애첩의 호소를 묵살하고 군신 전부에게 관 끈을 떼어 버리라고 한 다음 불을 켰다.
그후 진(晋)나라의 공격을 받은 힘겨운 전투에서 목숨을 내놓고 열심히 싸운 한 장수의 전공으로 적군을 퇴각시킬 수 있었다.
왕이 이 장수를 칭찬하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운 연유를 물은즉 몇년전 그 주연에서 애첩을 희롱한 사람임을 고백하며 이미 죽은 몸이므로 왕의 은혜를 입은 것을 목숨으로 대신 바치려고 싸웠다고 했다.
최고경영자는 충분히 양해될 수 있는 직원들의 실수나 무례 따위는 그냥 넘어가면서 진정으로 일을 사랑하고 완수하려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아량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