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택상씨(44·청주대 회화과 부교수)가 15일부터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8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시간의 빛깔'을 주제로 한 평면작 1백30여점을 출품한다. 그의 작품은 얼핏 봐선 미니멀아트에 가깝지만 작가는 미니멀로 불리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추상표현주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물과 물감을 혼합해 시간이 지남으로써 드러나는 자연스런 색을 화면에 보여주는 게 그의 작업이다. 인공적으로 제작되지 않은 색,관념화되지 않은 색을 추구한다. 김씨는 물을 담을 수 있는 틀 위에 캔버스 천을 씌운 후 물감을 엷게 푼 물을 붓는다. 시간이 지나 침전되면서 생기는 색을 말리고 이런 작업을 수 십차례 반복해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낸다. "인공적인 색으로 저녁 노을의 빛깔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가 추구하는 것은 우리 눈엔 보이지만 언어로 개념을 규정할 수 없는 색을 보여주려는 작업입니다" 작가는 이를 '물을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색을 중복시키는 작업을 언제 멈출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색의 이미지는 결국 작가의 선택에 따라 변화한다. 침전돼 생기는 색에는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의 화면에 나타나는 색채가 은은하면서 풍부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색 자체가 스스로 발아한 흔적을 포용하는 작가의 기다림 때문이다. 김씨는 8년 전부터 이런 작업을 시도했다. 90년대 후반에는 '블루'시리즈로 일관하다가 99년 금호미술관 개인전에서는 '옐로우'시리즈를 발표했고 이번엔 '레드'시리즈를 새로 선보였다. 중앙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전통 한의학에도 관심이 많아 '녹색은 간에 좋고 검정색은 신장에 좋다'는 식으로 인체 장기(臟器)와 색의 연관관계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한다. 12월13일까지.(02)511-066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