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2개월중 최저, "1,280원대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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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저점 확인을 위한 작업을 이으면서 8주중 처음으로 1,280원대에 도달했다.
환율은 개장초만 해도 1,290원선 지지가 예상됐으나, 의외로 달러가 쏟아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락 압박을 가했다. 증시 강세, 외국인 주식순매수, 달러/엔 환율 등 시장 주변여건도 이에 가세했다.
2개월여를 지지했던 박스권 1,290∼1,310원이 쉽게 무너졌으며 이에 따라 하락 추세는 완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낙폭과대에 따른 외환당국의 개입 등의 변수가 있으나 공급 우위가 지배하는 장세가 추가 하락을 재촉하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50원 낮은 1,285.10원에 마감했다. 지난 9월 5일 1,282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테러 사태 이전의 1,280원대 수준에 다다랐다.
◆ 1,280원대 지지력 테스트 = 대거 보유 물량을 쏟아낸 시장은 당분간 하락쪽에 들러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급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봇물 터지듯 울타리를 벗어남으로써 시장 분위기도 확실하게 기울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막판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오진 않은 것으로 봐선 분위기가 밑으로 쏠렸다"며 "1,290원은 다소 민감한 레벨이었는데 수급상황을 인정한 달러되팔기(롱스탑)이 절대적으로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향 추세인데 어디선까지 내려서는 것을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1,290원이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내일은 1,281∼1,282원까지 내릴 가능성이 큰 반면 포지션 정리가 일어나면 1,289원까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묵혀 놓았던 물량을 지속적으로 털어냈으며 매수주체가 실종됐다"며 "앞으로 속도가 문제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했다.
그는 또 "내일도 NDF정산관련 역내 매도물량이 꽤 되고 정유사도 기본적인 결제외에 선취매는 없을 것"이라며 "갇혀 있던 데가 터져서 1,280원을 깨느냐가 이젠 관심이며 내일은 1,280∼1,287원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 매도 분위기 확산 = 오전장 후반부터 내림세를 강화한 환율은 장중 1,285원까지 내리면서 달러 공급 우위 장세를 반영했다.
최근 하방경직성을 염두에 두고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 구축에 나서던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달러되팔기(롱스탑)에 나선 영향이 가장 컸다.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견해가 많았으나 이날도 1,000억원을 넘어선 주식순매도로 심리적으로 하락 압박을 가했다.
또 역외세력도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매도세에 가세했다. 업체는 1,292원선에서부터 꾸준히 네고물량을 내놓았으며 결제수요는 유입 즉시 흡수됐다.
아울러 최근 소재가 고갈된 듯한 시장에 금통위의 '공급우위장세 지속' 예상도 하락 분위기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엔 환율은 121엔을 놓고 시소를 탔다. 달러/엔은 전날 뉴욕장에서 미국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불신감이 하락을 종용하며 120.94엔을 기록한 뒤 이날 반등하면서 장중 121.30엔대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다시 반락, 오후 4시 56분 현재 120.77엔을 가리키고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역외선물환(NDF) 달러/원 환율이 개장초 하락분위기를 조장했다. NDF 환율은 1,295.50원에 유일한 거래가 이뤄진 채 호가만 하락하는 양상을 띠며 1,294.50/1,296.50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0.60원 내린 1,292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내림세를 강화, 1,290.80원까지 내려선 뒤 저가 매수 등으로 반등하며 11시 1분경 이날 고점인 1,292.30원으로 오른 뒤 조심스레 횡보했다.
한동안 1,292원을 놓고 시소를 타던 환율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유지 결정이후 달러되팔기(롱스탑)가 나오면서 미끄럼을 탔다. 실제 물량공급이 크지 않았으나 심리적으로 하락쪽으로 기운데다 달러매수초과(숏) 포지션이던 은행권이 팔자에 나서 차례로 저점을 내려 장 막판 1,288.60원까지 급락한 뒤 1,288.70원에 오전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내린 1,288.6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오전중 하락분위기를 이어 1시 46분경 1,287.50원까지 내렸다. 그러나 1,287원선에 대한 경계감으로 매수세가 일면서 1,288원을 중심으로 쉽게 방향을 정하지 못하던 환율은 추가 물량 공급으로 저점을 다시 경신하며 3시 50분경 1,286.30원까지 흘렀다.
이후 환율은 소폭 반등하면서 1,286원선을 거닐었으나 거듭된 물량에 밀리면서 4시 29분경 1,285원까지 저점을 경신했다.
장중 고점은 1,292.30원, 저점은 개장가인 1,285원으로 변동폭은 7.30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864억원, 147억원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앞선 이틀보다 순매수 강도는 약해졌으나 주식자금 공급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면서 환율 하락을 적극 유도했다. 국내 증시도 전날보다 11.01포인트, 1.96% 높은 573.04에 마감, 지난 8월 28일 이래 최고 수준에 올라 환율 하락에 힘을 실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8억3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5,87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7,320달러, 4억8,520만달러가 거래됐다. 9일 기준환율은 1,289.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