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의 힘이 증시를 장악했다. 내년도 경기 회복 기대감은 상승을 측면 지원했다. 외국인은 대량 매수 기조를 이으며 강세장을 주도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도 만만찮게 출회됐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하를 앞둔 풍부한 국내외 유동성 보강에 대한 기대감을 꺾지는 못했다. 대세 상승의 초입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은 일부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지수가 추세 연장의 가능성에 한걸음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 조정 거쳐야 = 시장이 '약세장 랠리'를 타고 있다고 볼 때 급등에 따른 일정 부분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4월 이후 쌓인 최대 매물 구간의 중심부에 놓여 있는 가운데 매물 소화를 위한 선행 조건인 거래량 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각종 기술적 지표가 매도 신호를 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투자심리도가 나흘째 90으로 과열 사인을 내고 있고 단기 매매에 활용되는 20일 이격도 역시 과매수 수준인 106에 근접했다. 등락주율도 120%로 천장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강세장에서는 설명력이 떨어지는 지표들이기는 하지만 미래를 보고 달려가는 증시가 속력을 내기위해서는 기술적 지표를 제칠 만한 '연료'가 필요하다. 과거를 외면하기보다는 현실의 '아픔'을 흡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적어도 경기가 더 악화되지는 않는다는 공감대 정도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최근 상승에 따른 종목별 가격 부담과 향후 장세에 대한 불확실성, 외국인에만 의존한 상승 등을 고려하면 기간과 폭이 크지 않더라도 조정 분위기가 형성될 국면이다. 미래에셋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경기 문제가 덜미를 잡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하 등 재료가 노출되면 오름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급등한 기술주의 경우 조정시 매수관점에서 접근하고 최근 소외됐던 내수관련주 쪽에 관심을 둘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외국인에 의한 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 가늠자 = 혹독한 경제지표에도 아랑곳 없이 상승을 거듭한 증시는 이번주에 11월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이벤트를 남겨두고 있다. 먼저 유동성 기대감을 부채질할 금리 인하. 화요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올들어 열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한다. 경제지표 악화에 따라 연방 기금금리가 현재 2.50%에서 0.50%포인트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다음달 추가 인하 언급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목요일에는 국내 금융통화위원회가 8일 콜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예상외의 9월 산업생산 증가, 금리 인하 효과 논란 등으로 동결될 전망이다. 또 11월물 옵션만기일이기도 하다. 옵션과 직접 연계된 물량은 많지 않지만 이날 대규모 프로그램 매매가 나타났듯이 만기일을 기점으로 포지션 정리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민, 주택은행 거래정지로 인한 트레킹 에러 우려, 1,000억원도 미치지 못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 등에 따라 매물 부담은 미미한 수준인 반면 사상최고수준의 매도차익거래 잔고 중 일부가 청산되면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요일에 상장되는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된 '국민은행'의 보폭도 주목되고 있다. 거래정지 전인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봐도 시가총액이 10조원이 넘어 단숨에 포항제철을 제치고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공사에 이어 시가총액 4위로 뛰어오른다. 국민은행이 첫 날 프리미엄을 업고 100% 상승한다거나 예상보다 큰 폭 오름세를 보일 경우 주도주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최근 강세를 보인 금융주에 대한 매기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지, 국민은행으로 집중되면서 주변 금융주가 소외될 지도 관심거리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