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기업에 취직을 부탁하는 정.재계 금융계 지방자치단체 등의 인사청탁이 급증,각사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취직을 청탁받은 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3배에 달할 정도여서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하반기 공개채용을 시행하는 일부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예년의 3-5배이상 밀려드는 취업청탁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취업대란 탓인지 민원의 강도가 예전같지 않은데다 경로도 정.관계를 망라한 입체적 형태를 띠고 있어 거절하기도 쉽지않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전형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며 채용업무를 외부기관에 위탁,접수단계에서부터 청탁의 여지를 없애거나 신입사원 전형팀을 비밀장소에 격리시켜 외부접촉을 막는 등 "민원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3백명 모집에 5만2천여명이 A사의 경우 이날 현재 약 1천여건의 취업청탁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평년 민원 건수의 5배가 넘는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비밀장소에서 전형을 실시하며 사내외 관계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원자가 5만명을 넘다보니 지원자들의 연줄도 광범위해 대한민국에서 힘께나 쓴다는 인사들의 대부분이 청탁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물론 임원들 입장에서도 안면몰수하기가 힘들어 이를 거절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체인 B사는 청탁을 피하기 위해 외부전문업체에 1차 전형을 의뢰했다. 이 회사에는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과 은행권 등에서 주로 청탁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체인 H사는 30여명을 뽑는 이번 채용에 9천여명이 몰려 행복한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밀려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취업민원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대부분의 공장이 지방에 있어 이들 지자체의 부탁을 마냥 뿌리칠 수 만도 없는 상황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중견 그룹인 D사와 E사도 각각 2백여건 및 3백여건의 취업민원을 받아놓고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게 회사방침이지만 민원을 한 외부의 높은 분들이 나중에 섭섭하게 생각할 경우 대처가 만만치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대기업인 F사의 인사담당 임원은 "취업난이 심하다보니 인사민원도 상상을 초월한다"며 "기업으로서는 청탁을 거절하는 것도 어렵지만 가뜩이나 좌절감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취직하는데도 "빽"이 있어야 한다"는 위화감을 심어줄까 크게 우려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