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응 전략과 삼성의 생존전략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이건희 삼성 회장) 중국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삼성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할 수있을 정도로 중국이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니 중국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삼성은 각국 기업의 중국행을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판도 변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중국이 단순한 하청생산 국가가 아니라 이미 미국 유럽 못지않은 거대시장으로 성장했으며 그에 맞춰 중국전략을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 중국은 전략시장이다 =삼성은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인건비가 싼 생산 기지로서보다는 시장으로서의 위상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 제품들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성숙되고 있어 미국과 같이 세계의 모든 제품들이 모여드는 '세계의 시장'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또 중국이 연내에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게 되면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사실상 세계적인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완전 자유경쟁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금 초등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중국어를 모르는 졸업생은 취직이 힘들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국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이 회장은 특히 중국 사업에서 앞으로 4~5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성숙하고 리스크가 낮아지는 4~5년 후에는 침투가 어려우니 미리 미리 대비하라는 것. 삼성 계열사들의 중국 진출은 올들어 이미 가속도가 붙은 상태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톈진과 상하이에 각각 전자부품 공장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CDMA 설비와 휴대폰단말기 생산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조립공장을 확대하고 판매법인을 신설키로 했다. 특히 삼성이 중국내 연구개발 기능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베이징 통신연구소에 이어 톈진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키로 함으로써 중국은 생산뿐만 아니라 R&D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 1등 제품만이 통한다 =중국에서도 고부가 제품만이 통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삼성은 덤핑이 워낙 심해 범용 제품은 시장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일반 TV는 무게를 달아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삼성은 고급 휴대폰 판매의 성공을 계기로 시장 평균가격의 2배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PC도 값이 비싼 노트북 '센스Q'를 최근 중국에서 시판했다. 국내에서도 고가품인 PDP를 내년부터는 중국에서 조립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대화면 프로젝션TV는 이미 지난 99년 말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5백50ℓ 이상 대용량 냉장고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모니터 등 고급 품목도 주요 공략대상에 포함됐다. 고급품은 브랜드 전략이 주효한 만큼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림픽 후원업체로서의 이점과 한류(韓流) 열풍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판매 지역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톈진 등 10대 도시에 초점을 맞춰 집중 공세를 펼 예정이다. 대도시에 마케팅을 집중한 뒤 성공세를 몰아 농촌시장까지 파급시킨다는 복안이다. 특히 IT(정보기술).디지털 제품을 앞세워 대도시 시장의 젊은층 및 신고소득층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30대미만은 상대적으로 30세이상 소비자군보다 특정 브랜드에 편견이 없으며 싼 가격보다는 새로운 디지털 제품에 대해 호응을 잘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선진 경영기법인 고객관계관리(CRM)를 중국시장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