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있어" "천원,너는" "없어" "어떡하지,아이 배고파" 교복 차림의 남학생 둘이 망설이다 그냥 포장마차에 다가선다. "떡볶이 천원어치만 주실 수 있어요" "1인분에 2천원인데" 하면서도 아줌마는 접시에 떡볶이를 담는다. 그사이 녀석들은 벌써 따끈한 오뎅국물을 마시곤 '살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서울 시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광경이 사라질 모양이다. 서울시가 월드컵 대회에 앞서 '보도상 영업시설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떡볶이와 오뎅 등 길에서 직접 조리하는 음식을 못팔게 하고 대신 햄버거와 핫도그 김밥 등 데워서 파는 것만 취급하도록 한 탓이다. 먼지 날리는 대로에 펼쳐놓은 거리음식의 위생을 따질 수는 있을 것이다. 때로 최소한의 미관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벌여놓은 곳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떡볶이 오뎅 튀김 순대 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거리음식이 된 지 오래다. 지난 6월 일본 후지TV가 톱가수 구사나기 쓰요시(草蘭剛)의 서울체험을 방송할 당시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사먹는 장면을 담았거니와 ELCA코리아(에스티 로더 한국법인) 크리스토퍼 우드 사장 역시 시장 떡볶이를 통해 한국의 풍토를 이해한다고 한다. 거리음식은 이처럼 외국인에게 그나라의 정서를 체험하게 하는 관광상품이다. 실제 태국 등에선 고기를 구운 꼬치,일본에선 밀가루반죽에 문어를 넣은 다코야키,파리에선 어린아이 키만한 바게트빵을 판매한다. 모든 음식물은 냉장상태로 팔도록 하는 미국에서도 떡만은 상온 판매를 허용했거니와 음식은 곧 그나라의 문화다. 깨끗하게 처리하고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계도하는 건 모르지만 햄버거나 팔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외국 관광객의 경우 '카르페디엠(Carpediem,현재를 즐기라)'을 중시,음식도 되도록 그나라 것을 즐기려는 게 기본정서다. 손님이 온다고 갑자기 집안살림을 바꾸는 등 호들갑을 떨면서 서민의 생계와 입맛을 위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보여줄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