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국에서 개봉해 2주 연속 박스 오피스정상에 오른 형사 액션물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가 11월 2일 국내 극장가에 상륙한다. 늘 지성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로 각인돼온 덴젤 워싱턴은 연기생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차갑고 난폭한 배역을 맡았다. 그와 짝을 이루는 에단 호크는 방황하는 청춘에서 벗어나 정의파 형사로 등장한다. 이들의 연기력에 반한 사람들은 파격적인 변신이 반가울 테지만 이미지를 사랑해온 사람들은 당혹스런 마음을 쉽사리 떨치지 못할 것이다. 영화의 얼개는 안성기와 박중훈이 '투 톱'으로 나선 버디 무비 「투캅스」와 흡사하고, 화면의 분위기는 가이 피어스와 러셀 크로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액션 느와르 「LA 컨피덴셜」과 닮았다. 사회악을 응징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LA 경찰청 마약반에 지원한 신참 형사 제이크(에단 호크)는 13년 경력의 베테랑 수사관 알론조(덴젤 워싱턴)의 파트너로 배치돼 '트레이닝'을 받는다. 알론조의 카리스마에 경외감을 느끼던 제이크는 그의 승용차에 동승하자마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져 혼란에 빠진다. 알론조는 성폭행 현행범의 주머니에서 대마초를 빼앗아 자신에게 피울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가짜 수색영장을 보이며 용의자의 집을 뒤져 돈을 훔쳐나오기도 한다. 제이크는 불법주차 딱지나 떼는 경찰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늑대로부터 양을 지키려면 늑대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알론조의 말에 동조하지만, 증거물인 마약대금을 빼돌리고 오랜 친구를 살해한 뒤 사건을 조작하는 대목에 이르러 그의 실체를 깨닫는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알론조가 쳐놓은 덫에 걸린 상태였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온 솜씨를 발휘, LA 암흑가의 음습한 배경에 현란한 액션장면을 보기 좋게 연출하는 동시에 랩ㆍ힙합ㆍR&B 등의 흑인풍음악을 적당히 버무려놓았다. 그러나 스토리 텔링이나 캐릭터는 화면이나 음악에 따라가지 못한다. 결말이 뻔히 짐작되는 줄거리에서 긴박감과 궁금증을 느끼기는 쉽지 않고, 알론조와 제이크란 인물도 스타가 연기했다는 점을 빼놓으면 주목을 끌기 어렵다. 알론조의 친구들이 막판에 갑자기 그에게서 등을 돌려 제이크를 돕는다는 점도 억지스럽다. 혹시 미국의 영화평론가나 영화담당기자들도 한국에서처럼 의외의 흥행돌풍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