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탄저균 테러' 여파로 국내에서도 장난기 섞인 폭파협박 전화나 백색가루 우편물 발송 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범죄전문가들은 "시민들의 과민반응이 사회불안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처음 접수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 밀가루소동 이후 19일 오전 6시까지 서울에서만 모두 57건의 `테러'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미국 탄저균 테러 이후 극도로 민감해진 시민들의 오인신고이거나 장난 신고전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장난으로 신고전화나 테러협박을 했더라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히고있다. 지난 16, 17일 이틀동안 서울 종로구 모회사와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발신자란에 '알 카에다 한국지부 비밀기지'가 씌어있고, 안에 분말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우편물이 잇따라 발견됐다. 우편물에는 '이 봉투를 여는 순간 당신은 알라신의 축복이 있을 것'이라고 씌어져 있는 등 수법으로 볼 때 미국 탄저균 테러를 모방한 장난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백화점 고층건물의 폭파 협박전화도 잇따라 '9.11' 미국 항공기 테러이후 "63빌딩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3차례나 걸려와 경찰특공대 폭발물 처리반과 군부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고 17일 공중전화 부스에서 폭파협박전화를 걸던 홍모(29.무직)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홍씨는 TV에서 앞서 두차례에 걸쳐 걸려온 폭파협박전화 보도를 듣고 모방범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범죄사회학)교수는 "시민들이 미국 등지에서 일어나는 테러현상을 우리의 현실과 동일시하는 착각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난신고나 테러협박 전화를 하면 시민들이 과민반응을 하기 쉽다"고 말했다. 곽교수는 또 "물론 우리도 테러와 관련해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지만과민반응할 필요는 결코 없다"며 최근 국내 테러관련 소동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과민반응을 일부 모방 `범죄'꾼들이 이용하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강덕지 범죄심리분석과장도 "이같은 장난신고나 협박전화는사회적으로 불만을 가진 성인들이나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대부분 `망원경적 사고'보다는 `현미경적 사고'로 단순한 사고를 하기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또 "물론 미국의 상황이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장난신고 등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의연한 대처를 당부했다. 한편 서울에서 신고 접수된 57건을 내용별로 보면 밀가루(9건), 석회가루(11건),세제(1건), 건축폐기물 등 기타(23)건 등으로 밝혀졌고, 국립보건원 분석결과중 3건은 탄저균 미검출, 나머지 10건은 현재 분석중이다. 경찰은 "지난 17일 63빌딩 폭파전화를 한 홍씨는 즉심에 회부해 25일간의 구류처분을 내렸다"며 "앞으로 공권력을 낭비시키는 허위 장난신고를 하는 자에 대해 엄중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