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전자 실적호전설' 'D사 해외CB 발행설' 'D전선 대규모 납품설' 'I사 목표주가 1만5천5백원 작전설' 'H사 OO사 인수설' 등등. 증권회사가 밀집돼 있는 여의도는 온갖 풍문의 진원지이자 전파지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브로커가 운집해 있으니 당연히 풍문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은행 제2금융권 신용평가사 회계법인 등 기업관련 정보를 다루는 곳에서도 루머가 적지 않게 생산된다. 심지어 이른바 '서 여의도'라고 불리는 정치권이나 명동 또는 강남 사채시장까지 루머의 생산과 유통 경로는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루머의 천국에서 우리의 투자문화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공시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루머에 현혹될 수 밖에 없고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루머가 단타매매를 부른다 =시장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루머에 현혹되기 쉽다. 증권사 직원이나 주변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곧바로 주문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같은 매매패턴은 루머가 양산될수록 심해진다. 게다가 루머의 확산이 과거에는 시간 또는 분단위로 전파됐다가 요즘에는 초단위로 빨라지고 있다. 팩스나 복사본으로 떠돌던 이른바 '찌라시(종목정보지)'가 최근에는 e메일 또는 인터넷상의 메신저를 통해 순식간에 전달된다. D투자자문 관계자는 '메신저로 종목정보가 띄워지면 그에 따라 보유주식을 팔거나 사는 투자자가 많다"며 "이 때문에 기업내용을 보는 투자가 아니라 정보따라 사고 파는 단타매매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일수록 작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불성실한 공시가 판친다 =루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공시다. 기업이 제때제때 공시를 정확히 하면 루머보다 공시를 더 중시하는 투자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상장.코스닥기업 입장에서도 공시를 제때 해야 작전세력에 이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장.코스닥법인의 불성실공시는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코스닥기업의 불성실공시는 마치 관행처럼 고질화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올들어 지난 12일까지 공시를 변경하거나 번복 또는 아예 불이행한 불성실공시가 코스닥시장에서만 62건(코스닥증권시장 집계)에 달한다. 지난 한햇동안의 67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공시유형중에도 공시변경(2건)이나 공시번복(26건)보다 공시불이행(34건)이 절반이상을 차지해 코스닥기업의 '공시불감증'을 드러내고 있다. 특별이익이 발생하거나 회계추정을 변경해도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특허취득도 공시하지 않는가 하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거나 최대주주가 변경돼도 공시하지 않아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도 있다. 투명공시가 건전투자 지름길 =김도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선임연구원은 "기업의 공시가 활성화되고 중요한 경영사항에 대해 제3자에게 흘리기 전에 시장에 공시한다면 루머도 줄어들고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 기본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가는 루머나 정보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정보력과 분석력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를 유도해 기관매매비중을 높이는 것도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제시했다. 현행 공시제도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문현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공시제도 아래에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악재성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공시의무사항에 명시돼 있지 않으면 굳이 공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어떤 어떤 경우에 공시해야 한다'라는 나열식 공시관련 규정보다는 자발적 공시를 강조하되 사후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시장참가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공시관련 규정의 제.개정권의 일부를 감독당국에서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증권시장으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