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중국 상하이(上海)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은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다자간 정상회의를 무대로 경제, 외교, 안보 측면에서 국익을 증진시키는 장이될 것이라는데 1차적인 의미가 있다. 지난 89년 호주 캔버라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12개국간 각료회의로 출범한 APEC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 이 지역의 경제적 번영과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제협력체. 특히 APEC은 회원국이 세계 GDP(국내총생산) 및 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라는 점에서 우리의 주요 '세일즈외교'의 무대가 돼 왔으며,지난 93년부터는 연례적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해 오고 있다. 20일부터 21일까지 '새로운 세기의 도전에 대한 대응:참여와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 달성'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 9차 APEC 정상회의도 APEC 역내 국가들간의 무역 및 투자확대 방안 등이 중점 논의될 예정이어서 우리의 경제적 실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를 조속히 회복시키기 위해선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 조기 개시 등 무역, 투자의 자유화 및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지난 9월 11일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다자간 정상회의라는 점에서 국제적 현안인 테러근절을 위한 국제연대 형성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반(反) 테러성명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반(反) 테러 군사행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테러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같은 다자간 정상회의 보다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의 개별 정상회담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상하이 방문기간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과 개별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김 대통령은 이들 주요국 정상과의 개별 회담을 통해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무역.투자 등 실질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지난 3월 워싱턴 회담에 이어 2번째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반 테러전쟁 및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 테러 군사행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이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또 장쩌민 주석과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북한측에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요청하는 등 한반도 문제를 원활하게 풀어나가기 위한 정지작업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김 대통령은 오는 15일 방한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와도 상하이에서 재차 회담할 가능성도 있어, 양국간 역사문제와 꽁치문제 등 현안을 풀어나가는 계기를 제공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