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올들어 금리를 9차례나 조정,40여년만의 최저인 2.5%로 끌어 내리면서 이르면 연말,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워싱턴의 펜타곤에 대한 '9·11 테러 대참사',그리고 이를 응징하기 위한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인해 경기회복은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증가율이 지난 3월부터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회복을 기다려 온 우리 경제는 새로운 암초를 만나게 됐다. 미국의 소비와 투자 위축은 우리나라의 수출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출의 안정적 증대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대미(對美)의존적인 '수출의 천수답 구조'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즉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중에서도 아시아는 지리적 여건 뿐만 아니라 시장규모의 성장성,경제구조상의 보완성,문화적 유사성 등의 측면에서 수출시장으로서의 가치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크다. 우리나라의 아시아 지역 수출은 총 수출의 30% 정도에 이르지만,일본(10.5%)과 중국(10.2%)에 치중돼 있어 여타 국가에 대한 수출은 저조한 실정이다. 최근 세계적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구 10억의 인도,산업설비의 주시장인 동남아시아 국가들,그리고 경제개발의 태동기에 있는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국가들은 우리가 미국 유럽 등 기존 시장보다 수월하게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시장이다. 우리는 이러한 유망시장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으면서도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이 활발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 주요 수출상품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수요가 큰 상품 위주로 구성된 데도 원인이 있지만,수출업체들이 대금회수 위험 부담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개도국으로서 외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출대금 회수에 따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외상수출 요구도 많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 확대는 수출상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의 제고도 중요하지만,기업들이 마음 놓고 수출할 수 있도록 수출금융을 원활히 제공해 주는 게 관건이다. 그러나 이처럼 수출금융이 갖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상업금융기관에 의한 무역금융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출입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너도나도 공적수출신용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도 일본 한국을 비롯 인도 중국 등 10여개국이 '수출입은행'같은 공적수출신용기관을 통해 수출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제무역질서의 기본 틀 내에서 재정자금으로 운영하는 정책금융기관을 매개로 각국은 최대한 자국의 수출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12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8개국 수출입은행장들을 초청,'아시아 ECA(Export Credit Agency)연차총회'를 갖는다. 1996년 출범한 이래 해마다 개최해 왔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열린다. 이번 총회에서는 '아시아 국가간 무역금융부문 협력방안'이 논의된다. 이 행사가 주목 받는 이유는 지역내 국가간 수출입에 대해 수입국의 상업은행들이 발행하는 신용장을 공적수출신용기관이 보증해 줌으로써 수출업체가 대금회수에 대한 걱정 없이 신용도가 낮은 국가에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의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차총회는 또 각국 수출입은행간 프로젝트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금융 공여를 주선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 아시아권 공적수출신용기관간 금융협력은 수출입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덜어주는 한편 무역금융을 원활히 공급해 아시아 역내 수출증진과 나아가 국가간 경제협력에도 유익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수출입은행회의를 통해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꾀하고,아시아 각국의 수출부진을 타개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