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락 조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5개월여중 가장 높은 수준인 1,313.90원을 기록한 이후 사흘 내리 환율 하락을 꾀했다. 공급우위의 장세가 개장초부터 전개되면서 달러매수세는 소규모의 게릴라전으로 최근에 비해 그 강도가 크게 약해졌다. 상승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누그러들었음을 의미한다.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위쪽보다는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반등을 기대할만한 요인이 없는데다 매수열기가 식었다는 측면에 기인, 10일 환율도 1,305∼1,310원의 박스권에서 하향 조정을 거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80원 낮은 1,307.80원에 마감했다. '전강후약'의 장세로 개장가를 고점으로 기록한 뒤 장중 레벨을 낮추는 패턴이 사흘째 이어졌다. 대부분 거래는 1,307∼1,308원 부근에서 이뤄졌다. ◆ 당분간 박스권 이어질 듯 = 최근 사흘 내리 내림세였으나 이는 추세라기보다는 박스권내에서 조정을 받는 흐름. 미국의 보복공습이 국제 금융시장을 비롯,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자 환율 상승 바램은 바람이 빠졌다. 물량 부담이 이어지면서 달러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있다. 역외세력의 매수세도 한풀 꺾였다. 그러나 아직 뚜렷하게 국제 정세에서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환시장은 관망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당분간은 박스권에서 이동거리가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수급상 수요를 일으킬만한 요인이 없고 동남아 통화 약세도 내정불안에 기인한 것이라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며 "이전에 환율 상승을 유도했던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유가 급등 우려가 희석되면서 아래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도 레벨을 낮추는 흐름이 되고 1,305∼1,310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당국의 환율 안정에 대한 의지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주가가 오름세를 띤 것이 환율 하락을 주도한 것 같다"며 "시장이 무거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롱마인드가 꺾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이같은 박스권내의 조용한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달러매수 요인 후퇴 = 이날 수급상 달러공급이 우세했다.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은행권의 매물이 있었으며 역외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롤오버하지 않았으며 외국인 주식순매수자금, 은행권의 보유물량 털기 등이 나왔다. 메디슨의 크레츠테크닉 매각 대금도 이날 외환시장에 나와 환율 하락에 가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도 1,308∼1,309원 언저리에서 물량을 내놓았다. 최근 아래쪽을 탄탄하게 받치던 저가매수세도 일단 뒤로 물러서 진지를 구축했다. 전날과 같이 정유사 등에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 않았다. 유가가 하락세를 띠면서 유가급등에 대한 우려로 다급하게 달러를 사야할 요인이 죽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중포지션은 물량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초 은행권을 중심으로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을 정리를 위한 보유물량 처분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1,310원은 쉽게 무너졌다. 달러/엔 환율은 달러/원과 별개였다. 전날 미국의 군사 행동 개시에 따라 120엔대를 하향 돌파한 달러/엔은 이날 다시 상향 돌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쉽지 않았다. 일단 다시 120엔대로 올라서 오후 4시 58분 현재 120.07엔이다. 엔/원 환율은 최근 내림세를 타며 1,090원선까지 떨어졌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40원 오른 1,312원에 출발한 환율은 다음 거래가 내림세로 전환하면서 보유물량 처분이 이어져 9시 44분경 1,309.30원까지 떨어진 뒤 1,309∼1,310원 근처에서 한동안 횡보했다. 이후 추가물량 공급에 의해 10시 43분경 1,308.30원으로 떨어진 뒤 추가 하락은 저지당한 채 1,308원선에서 차분하게 흐르다가 1,308.8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308.8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1시 41분경 1,309.10원까지 소폭 반등했으나 이내 대기매물 벽에 부딪히며 2시 24분경 1,307.70원까지 저점을 경신했다. 이후 조정 기미를 띠며 1,308원선을 거닐던 환율은 저점 경신이후 4번에 걸친 진입시도 끝에 3시 25분경 이날 저점인 1,307.50원까지 추가로 내려 마감까지 1,307원선을 거닐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312원, 저점은 1,307.50원으로 변동폭은 4.50원이었다. 닷새째 주식순매수 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27억원, 75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지난 5일의 주식순매수분 중 일부가 시장에 공급돼 환율 하락에 일조했으며 주가가 전날보다 11.48포인트, 2.31% 오른 507.61을 기록한 것도 환율 하락기조에 가세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1,1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1,3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3,530만달러, 3,100만달러가 거래됐다. 10일 기준환율은 1,308.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