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9일 여야 영수회담을 갖고 안보 경제 민생분야에서 초당적 협력을 다짐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경제현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영수회담이 반테러전쟁에 대한 초당적 지지와 대응조치 마련으로 의제를 국한시켰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반테러전쟁을 계기로 더욱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감안한다면 어느정도 민생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물론 이번 영수회담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그동안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여야가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영수회담의 물꼬를 트고 대화에 나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의 여야 대치정국을 감안하면 한차례의 만남으로 모든 문제가 시원스레 풀리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감이 없지않지만 자주 만나다 보면 상생의 길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경제문제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세계경제가 침체한 가운데 전쟁마저 터져 수출이 줄고 투자는 안되고 실업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합의문에서 밝힌대로 이미 구성돼 있는 여야 정책협의회를 적극 가동시켜 반테러지원은 물론이고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영수회담 합의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조치 마련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국익차원에서 반테러전쟁 지원을 위한 후속조치는 물론이고 2차 추경예산안의 조속 처리,기업규제 완화,구조조정 가속화 등을 통해 경제를 되살리는데 여야의 합심협력이 요구된다.더구나 지금은 내년도 나라살림을 심의하는 예산국회가 개회중이다. 정치쟁점으로 예산심의가 부실하게 이뤄진다면 국민생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모처럼 성사된 이번 여야 영수회담이 경제회생의 밑거름이 돼야 할 것이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을 바라보는 큰 정치''상생의 정치'를 말해 왔지만 국민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차제에 여야 정치권은 그동안 국민보다는 정당의 이해에만 매달려 상대방을 흠집내고 난처하게 만드는데 치중해온 탓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여야는 말보다 실천으로 영수회담의 후속조치에 임함으로써 그동안 몇차례의 영수회담이 정국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