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개관 87돌을 맞는 조선호텔의 장경작 사장(58). 그는 지난 1994년 조선호텔 대표이사로 취임해 7년만에 매출 6배, 순익 4배의 성장을 이끌었다. "일과 믿음 그리고 건강, 이 세가지 기둥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장 사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의 명성을 더욱 빛내기 위해 오늘도 쉴틈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사경(寫經)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경이란 후세에 전하거나 공양을 하기 위해 불교의 경문을 베끼는 일. "지금까지 천수경과 금강경 법화경을 네번 정도 썼습니다. 종이를 쌓아 놓으면 높이가 1m 정도는 될 겁니다. 오후 9시쯤부터 2시간씩 불경의 내용을 베끼다 보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돼도 붓을 놓기 싫어집니다" 장 사장은 종교를 통해 경영을 배운다고 한다. "종교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배울 점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종교는 사람의 근본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큰 도움이 돼죠" 그는 최근 읽고 있는 '상도' 역시 불교이야기가 많이 나와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 다르게 공부 욕심이 많다. 신문에 나온 서평이나 책 소개글을 오려 보관했다가 반드시 그 책을 사서 읽곤 한다. "과거가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는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라고들 하는데 그 진정한 의미만을 깨닫는 것도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변화를 따라잡는 그의 가치관을 반영하듯 조선호텔의 모든 결재는 온라인상에서 이뤄진다. 시간과 예산을 모두 절약하는 이점 때문이다. 장 사장은 존경하는 인물로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을 우선 꼽았다. 삼성 도쿄지점에서 그를 직접 모셨던 인연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회장의 '사람과 조직 중시의 경영'에 감명받은 바 크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또 잭 웰치 마니아로 불려도 손색 없을 정도로 웰치 전 GE회장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출간된 '잭 웰치'라는 이름이 들어간 책은 모두 다 읽었을 정도다. 그는 "웰치는 지난 81년 GE회장에 취임한 이후 회사가 경영난을 겪지 않는데도 40만 종업원을 23만명으로 줄이고 제조업 중심에서 탈피해 서비스와 금융업에 진출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깰 줄 아는 경영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들 세계적 경영인을 꾸준히 연구한 덕분인지 장 사장이 이끌던 조선호텔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일체의 임금삭감이나 인원감축 없이 무사히 넘겼다. 장 사장은 IMF가 닥치기 1년전인 96년에 이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서 얻은 경쟁력으로 불황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온후 더욱 탄탄한 기업으로 자라났다. 현재 조선호텔은 투숙객의 90%가 비즈니스맨일 정도로 최고의 비즈니스 호텔로 자리잡았다. 또 지난 8월27일에는 국내 최대인 2백20평 규모의 비즈니스센터를 열기도 했다. 장 사장은 창의적인 성실성을 중요시한다. "단순히 주어진 여건에 잘 적응하기보다는 여건을 창조하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창의성 없이 성실로만 적응하다 보면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는 또 개선이나 혁신이 아니라 '깨고 시작하는' 파괴가 우선돼야 한다며 CEO(최고경영자)가 아니라 CDO(최고 파괴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80년대까지 잘 나가던 일본이 90년대에 들어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미국은 90년 이후 성장세를 구가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일본이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산업을 이끈 반면 미국은 소위 리컨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 아웃소싱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작업을 해온 결과라고 봅니다" 그가 중요시하는 것은 시대상황에 맞는 경영전략을 적극 구상하라는 것.경영이란 사람이 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맞는 처방을 내놔야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차이를 만듭니다. 기업은 그 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들 생각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인재의 차이가 기업의 차이라는 말이지요. 때문에 인적투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웰치 회장이 연수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직원만족' 역시 중요한 경영모토로 여기고 있다. "직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까. 조직원들이 만족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고객도 저절로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장 사장은 취임후 조회제도를 만들고 회사의 모든 상황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또 2주에 한번 현장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도시락미팅도 시작했다. "현장 이야기를 여과없이 들으면 경영에 많은 참고가 됩니다. 중간 관리자를 거친다면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가 없겠지요" 그는 지금도 연말이면 직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고마움을 표한다. 장 사장은 지금까지 결정적 곤경에 처했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다. 그만큼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는 얘기다. "일이란 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합니다. 어려운 일이라도 잘 풀어나가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죠. 따라서 중간과정에서 어떻게 가닥을 잡아나가느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장 사장의 이러한 열정에는 건강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의 건강비결은 반신욕. 시간이 날때면 정확하게 30분동안 욕탕에 앉아 땀을 흠뻑 흘린다. 반신욕의 효과에 대해 워낙 선전하고 다니다보니 이제는 '반신욕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는 "건강하다는 것은 몸의 피가 제대로 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면에서 반신욕은 어느 운동보다도 효과가 탁월하다"고 강조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 약력 ] 43년생 68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68년 삼성그룹 입사 83년 신세계 백화점 이사 92년 신세계 백화점 부사장 94년~현재 조선호텔.조선비치호텔 대표이사 2000년 동탑산업훈장 수상 부인 장진숙씨(51)와 2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