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다급해졌다. 미국의 테러보복공격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선언하고도 아무런 가시적인 조치가 없자 미정부와 의회가 '섭섭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해왔기 때문이다. 미정부와 의회가 멕시코 정부의 지원태도에 불만을 품을 경우 지난달 초 미국국빈방문 당시 겨우 '분위기'를 다져놓은 미국내 400만 멕시코인 불법이민자에 대한 사면문제가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미의회에서 의결된 '자격미달' 멕시코 트럭의 미국내 고속도로 이용제한 결의안에 대해서도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 미국내 멕시코인 불법체류자 사면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들어 가열되는 멕시코 트럭에 대한 미국 고속도로 이용제한 압력을 완화시키겠다고 다짐했으나 미국의 `섭섭함'으로 원점으로 되돌아갈 경우 자신의 인기는 물론 멕시코 경제에 적지않은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폭스대통령은 따라서 미국 국빈방문을 마친지 1개월여만인 다음주 서둘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형식적으로는 이번 외유가 유럽순방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형식으로 돼 있지만 그 전에 미국을 먼저 찾아 정계지도자들을 다독거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미국 공식일정은 부시 대통령과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을 만나 테러참사를 위로하고 멕시코의 지원을 거듭 다짐하는 것으로 돼 있다. 폭스대통령은 3일 현지언론 회견에서 "테러참사 이후 미국의 보복공격을 전폭지지한다는 데에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며 "테러문제에 관한 한 멕시코는 미국의 곁에 서 있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폭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자신과 호르헤 카스타녜다 외무장관이 테러사건 직후부터 멕시코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와 다르게 지나치게 친미 일변도의 발언을 계속한데서 비롯됐다. 특히 좌익계 사회학자로서 한때 미국에 대한 혹평에 앞장섰던 카스타녜다장관이"지금은 무조건 미국을 돕고봐야 할 때"라며 병력지원 문제까지 거론하자 야당과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심지어는 카스타녜다의 과거 논문내용과 `색깔론'까지 거론하며 `반미인사가 왜 갑자기 친미인사로 돌변했는가'를 추궁하기까지 했다. 폭스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대미 지원에 망설이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은 외무장관 사임요구까지 나돌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테러참사 초기의 `대미 적극 지원' 발언을 자제하면서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폭스는 이번 방미에서도 멕시코 정부의 물심양면 지원을 다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동맹 외교와 불간섭주의를 표방해 온 멕시코 역대 정부의 외교노선과국내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상 그의 지지선언은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부시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개인적인 지지' 수준이 될 것으로 정치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