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11 테러 참사'에 오사마 빈 라덴이 연루된 결정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파키스탄 정부에 2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나토 창설이후 처음으로 집단안보권이 발동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에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넘기든지 아니면 책임을 지든지 조속히 양자택일하라"면서 "협상없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결정적 증거 제시 =나토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운영위원회를 소집, 프랜시스 X 테일러 미국 특사로부터 극비 브리핑을 받았다.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은 브리핑이 끝난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특사가 제시한 증거들은 이번 공격이 외부로부터 이뤄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든 자료들이 빈 라덴과 그의 조직인 알 카에다가 '9.11 테러'에 가담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리핑을 통해 나토 참가국들은 이번 공격이 외부로부터 이뤄진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는 나토 참가국들이 집단 안보조항인 나토 조약 제 5항을 발동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 5항은 나토 참가국 가운데 한 곳이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이를 참가국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 공격에 빈 라덴과 그의 알 카에다 조직이 연루한 정황과 몇가지 연계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미국에서) 오늘 도착했다"고 말했다. 리아즈 칸 정부 대변인은 "증거가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말했으나 증거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에 앞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빈 라덴이 테러를 조정했다는 강력하고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극한 상황에 몰린 탈레반 =미국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를 나토와 파키스탄에서 인정함에 따라 탈레반 정권은 더욱 위기에 몰리게 됐다.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탈레반이 그동안 요구해온 증거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날 탈레반에 대한 경고수위를 한층 높였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레반은 아프간에 은신한 빈 라덴을 넘기고 테러리스트 캠프를 파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에 해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도 없고 시한도 없다"면서 정확한 시한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제시간에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