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은 존 심슨 국제뉴스부장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장악지역 난가르하르 주(州) 잠입 르포를 23일 방영했다. 다음은 심슨 부장이 이슬람 여성으로 변장해 잠입 취재한 난가르하르 리포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수개의 (테러리스트) 훈련캠프를 만들어 활동해온 잘랄라바드가 있는 파키스탄 접경의 난가르하르 주는 텅 비어 있어 유령이라도 나타날 것 같았다. 사람들은 미국의 공격을 예상하고 고향을 버리고 떠났거나, 밖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와는 반대로 탈레반은 파키스탄과의 기다란 국경선에 배치된 병력을 증강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위협이 파키스탄을 거쳐 육상으로 들이닥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들은 새로 세워진 초소들을 목격했고, 그 가운데 한 곳에는 80여명의 탈레반 전사들이 있었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이탈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지난 1996년 탈레반이 승리를 거두었을 때 합류했던 민병 조직들과 소규모 무장대들이 이제 (탈레반과 함께하는 문제를) 재고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탈레반은 지난 2년 동안 아프간인들의 진정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이 권력에 의해 부패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소문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탈자 증가로 생긴 군대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수도 카불과 잘랄라바드에 강제징병소를 세웠다. 이는 주민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피난하거나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이유의 하나다. 우리는 파키스탄과 접한 국경지대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월경(越境) 밀수업자들의 도움으로 아프간에 잠입했다. 밀수업자들은 나와 카메라맨에게 아프간 파탄 족(族) 여성들이 착용하는 `부르카' 차림을 하도록 요구했다. `부르카'는 몸과 얼굴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파탄 족전통 복장이지만 탈레반 장악 지역 여성들은 의무적으로 이것을 착용하게 돼 있다. 우리의 `부르카' 변장 전술은 효과 만점이었다. 그것을 입는 순간 나 자신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프간 여성들은 `부르카' 속에서 무성(無性)이 되는 것이다. 거리의 경비병들도 차량에 남성이 타고 있으면 유심히 관찰을 하지만, 여성들은 검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만다. 우리의 잠입을 도와주고 뒤를 봐주기로 한 밀수업자들은 국경지역이 사실상 무법상태라는 점과, 탈레반이 만약 우리를 체포하려고 할 경우 보호를 해 주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탈레반은 언론인들을 무조건 체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그들은 우리의 정체를 들추어내지 못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