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밑자락에 위치한 한국아이엔전자공업. 지역 기업으로선 드물게 전기 및 전자 관련 계측기분야에서 독자 브랜드를 보유하고 부산의 첨단산업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이 회사의 김순일 사장(45)은 지난 94년 동래구 명륜동 주택가에서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연구실 겸 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처음 손을 댄 곳은 계측기분야. 대기업마저 포기한 분야로 당시에는 불모지나 다름없어 그만두라는 주위의 만류가 쏟아졌다. 게다가 제품 개발 완료를 눈앞에 두고 실패를 맛보기를 여러 차례. 중도에 그만두고 다른 분야에 뛰어들고 싶은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하지 않으면 국산 계측기는 영원히 탄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밤낮을 잊고 연구에 몰두했다. 3년의 끈질긴 노력끝에 97년말 전기 및 전자기기의 이상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계측기인 '회로분석기-2417'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도 3번째다. 이 제품은 전원이 공급되지 않거나 회로기판의 회로도 등의 기술자료 없이도 모든 전기 전자제품의 고장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도 손쉽게 불량품을 선별할 수 있다. 특히 가격이 대당 40만원으로 2백만원 이상의 외국산에 비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기술 및 제품에 주어지는 NT(신기술)와 KT(국산신기술) 마크를 각각 획득했다.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주문요청이 크게 늘면서 이 회사의 주력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로분석기 개발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김 사장은 97년말부터 산업용 습기제거장치 개발에도 본격 나섰다. 당시만 해도 산업용 습기제거장치는 대부분 수입품으로 비싼 편이었다. 2년간의 연구끝에 제습기 '펠티어'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최신 열전반도체 기술을 이용, 짧은 시간에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제습능력을 갖춘데다 절전 기능을 갖추고 있다. 가격도 30만원대로 외국산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 때문에 시장에 나오자마자 삼성전기와 기아전기 등에 납품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조만간 필리핀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밖에 공장자동화의 핵심기기인 프로그래머블 컨트롤러(PLC), 전자장비의 동력근원이 되는 직류전원장치 등 산업현장에 이용하는 최첨단제품을 잇따라 개발, 양산체제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에 장착해 연료와 관계없이 작동하는 무공해 자동차 에어컨을 개발했다. 또 연료를 20%이상 줄일 수 있는 냉동기 없는 차량 에어컨도 개발했다. 목주름 제거에 효과가 있는 '터치 앤'도 내놓았다. 이같은 제품개발 성공은 연구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전체 매출액의 20%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것. 직원 35명 가운데 박사급 3명을 포함, 8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것도 큰 힘이다. 이와함께 주문생산체제에 바탕을 둔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본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도 한목했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 50억원에 당기순익 12억원을 올렸다. 올해도 70억원 매출에 20억원의 당기순익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공장자동화와 계측기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품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