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다. 은행의 대표 저축상품인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에 진입한지 오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그래서 마이너스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증유(未曾有)의 저금리다. 이럴 때도 재테크라는 말은 유효할까. 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아무리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더라도 찾아보면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요즘같은 때 재테크의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전처럼 여윳돈이 생기면 은행에 꼬박꼬박 저축하고 목돈이 마련되면 안전한 정기예금에나 묻어두는 행태로는 절대 돈을 불릴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라는 새로운 상황인 만큼 재테크도 비상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존의 발상을 뒤집어 지갑의 돈을 불릴 수 있는 '역발상 재테크'로 저금리를 정면 돌파하라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배보다 배꼽을 노려라 =보통 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은 이자를 얻기 위해서다. 예금한 돈이 연말소득공제대상이 되는 등 세제상 혜택은 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덤을 목표로 예금상품을 골라보자. 이자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만큼 소득공제 등 부수이익이 짭짤한 상품을 찾아 보자는 얘기다. 연말 정산시즌이 성큼 다가온 하반기엔 더욱 그렇다. 가장 대표적인게 은행의 장기주택마련저축. 무주택세대주나 전용면적 25.7평이하 주택을 1채 보유하고 있는 사람 등이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매월 1백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이자는 연 7.5%선. 이자소득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또 불입액의 40% 이내에서 최대 3백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최대 3백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면 급여수준에 따라 33만~1백32만원까지 세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일반 예금상품으로 따지면 연 10%가 넘는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셈. 또 내집 마련때 불입한 원리금의 2배까지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배(이자)보다는 배꼽(세제상 혜택)이 큰 예금 상품이란 얘기다. 이와 비슷한 상품으론 연금신탁이나 주택청약저축 등이 있다. 원금보장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원금이 보장되면서 고수익도 챙길 수 있는 금융상품은 별로 없다. 고수익을 얻으려면 '원금 보장'이란 안전판은 포기해야 한다. 원금 보장이 안된다고 원금을 반드시 잃는다는게 아니란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원금보장에 대한 미련만 버린다면 투자할 상품은 의외로 많다. 요즘 고수익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부동산투자신탁이나 은행들의 후순위채, 고수익고위험펀드 등이 그런 것들이다. 고객들의 돈을 모아 아파트 건설 등에 투자하는 부동산신탁은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그러나 펀드자금의 일부는 우량 채권을 사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면서도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부동산신탁 펀드 수익률은 연 7.8~12%선을 기록하고 있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은행들의 후순위채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망했을 때 다른 채권에 비해 변제 순위가 밀린다는게 단점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은행이 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은행만 고집하지 마라 =초저금리 시대엔 은행만 고집해선 안된다. 똑같은 조건의 상품이더라도 은행에 비해 2~3%포인트의 이자를 더 주는 신용금고나 종합금융사 등의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 금융회사가 은행에 비해 대외신인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예금자보호장치란 안전판이 있다. 예금보호 한도인 1인당 5천만원 내에서 분산 투자하면 2금융권 회사와 거래하는 것도 문제될게 없다. 굴릴 돈이 많을 땐 가족 등 여러사람 이름으로 나눠 예치하면 된다. 요즘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리자 제2금융권으로 돈이 이동하는 징후가 보인다. 정기예금의 경우 신용금고가 은행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이자를 주기 때문에 고금리를 쫓는 돈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 종금사의 어음관리계좌(CMA)에 가입해도 은행보다 2%포인트정도 높은 금리를 받는다. 따라서 1년 이상 장기예치를 원한다면 신용금고, 6개월 미만 단기예치를 희망한다면 종금사을 찾아가면 금리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농.수협 단위조합이나 신협 새마을금고 예탁금도 1인당 2천만원 한도에서 농특세 1.5%만 부과하는 절세상품이다. 농.수협의 단위조합과 새마을금고는 각 중앙회에서 자체적으로 적립한 기금을 통해 유사시 예금을 보호해준다. 신협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천만원까지 보장해 준다. 은행엔 자주 가지마라 =예전엔 돈을 모으려면 은행 문턱이 닳도록 자주 드나드는게 유리했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은 맞지 않는다. 은행에 자주 가는 것은 절대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은행 대신 인터넷晁렝?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각종 수수료를 면제받거나, 금리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자 1%가 아쉬운 이때 인터넷 뱅킹은 지혜로운 재테크 방법이다. 실제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해 가입하면 0.2~1.0%포인트까지 높은 금리를 받는다. 금리가 낮은 시기엔 이 정도 금리우대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은행들도 정기예금이나 적금 등은 은행에 오지 말고 인터넷으로 가입할 것을 권한다. 최근엔 주택청약예금이나 부금도 인터넷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 금융상품은 가급적 인터넷으로 가입해 실속을 챙기는 것도 저금리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의 지혜다. 대출 받아 투자할 수도 =요즘도 여윳돈이 생기면 대출부터 갚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한자릿수로 내려갔기 때문에 저축상품만 잘 고른다면 싸게 대출받아 투자해 볼만도 하다. 예컨대 비과세근로자주식저축을 생각해 보자. 이 저축은 가입액의 3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할 경우 연말정산때 가입액의 5.5%를 세액공제를 받는 상품.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엔 비과세 혜택도 있다. 그렇다면 가입한도인 3천만원을 증권사의 근로자주식저축에 가입하고 가입액의 30%인 9백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고 치자. 배당금을 제외하더라도 예상수익률은 연 9.1%의 정기예금엔 가입하는 것과 같다. 주식투자로 시세차익은 아니더라도 5%의 배당금만 받는다면 총 수익률은 연 10%를 넘는다. 이 정도 수익률이라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더라도 2~3%포인트 정도의 이자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