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얼마나 될까. 또 한국인들의 생활시간이 외국과 비교해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을까. 통계청의 「1999 생활시간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러한 내용을 심층분석한 흥미로운 연구용역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은 14일 제7회 통계의 날을 기념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1999 생활시간조사' 종합분석결과 세미나를 갖고 연구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주부의 가사노동가치 평가(성균관대 김준영 교수) 통계청의 1999년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기초로 전업주부의 무급(가사)노동가치를추계했다. 우리나라 주부의 가사 노동가치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15%를 차지하는 7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에 상응하는 주부 1인당 연간 무급노동가치는 약 1천360만원, 월별 무급노동가치는 113만원에 해당된다. 연령별, 월별 1인당 평가액은 최소 63만원에서 최대 148만원이었으며 30대 주부의 월별 평가액이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계층은 60대 이상 주부들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추계된 주부의 가사노동가치를 기준으로 비교해 볼 때 손해배상,이혼시 재산분할 및 사회보험 등에서 현실적으로 전업주부에 대한 보상은 상당히 과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노동 가치평가를 위한 소프트 프로그램개발의 기초분석(이화여대 문숙재교수)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평가는 평가방식과 적용 임금률에 따라서 상당한 편차를 보였으나, 남녀 총 가사노동 가치는 대체로 약 138조원에서 2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평가액은 GDP의 대략 28∼48% 수준이다. 이는 최저 34%에서 최고 69%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된 주요 선진국들보다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57조∼102조원(GDP의 11.9∼21.4%)으로 추산됐고 배우자가 있는 미취업 주부의 월 노동가치는 84만∼153만원으로 나타났다. 1일 평균 총 가사노동 시간은 기혼의 유배우자 미취업 여성이 6.69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남성의 경우, 기혼이면서 배우자가 없는 남성이 1.18시간으로 다른 남성집단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가사노동에 보내고 있었다. ▲국민생활시간 활용의 국제비교(서울대 이기영 교수) 성인 남성의 하루 시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개인유지로 하루의 40%내외이며 국가별 차이는 크지 않다. 한국 남성의 근무 등 수입노동 시간을 가장 짧은 미국 남성과 비교해 보면, 한국 남성이 하루에 1시간20분, 일주일에 9시간27분 더 일하고 있다. 자유시간은 미국이 가장 길어 24.8%를 차지하며 일본은 22.8%이고 한국과 핀란드는 각각 21.9%, 21.6%로 짧은 편이다. 반면 가사노동은 성인 남성의 생활시간에서 작은 비중만을 차지하는데, 특히 한국과 일본 남성이 가사노동에 소비하는 시간은 각각 하루평균 32분, 28분에 불과하다. 한국 여성의 생활시간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가사노동 시간으로 하루 시간의 13.3∼16.9%를 차지해 핀란드를 제외하고는 수입노동시간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성인 남성의 수입노동시간(5시간56분)은 일본 남성(6시간1분)에 뒤이어 두번째로 길며, 한국 성인여성(3시간28분) 또한 핀란드(3시간41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을 합한 한국 성인의 수입노동시간이 가장 길며 남성, 여성 모두 수입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결론적으로 한국 남성의 시간사용의 특징은 수입노동시간과 이동시간, 특히 통근시간이 길고 개인유지시간, 자유시간, 그리고 가사노동 시간이 짧은 것이다. 한국 여성 또한 수입노동시간과 이동시간이 많고 자유시간과 개인유지시간이 적다는 점에서는 한국 남성과 일치되나 가사노동시간이 긴 점에서는 대조적이다.